이만수 감독이 롤 모델, ‘앉아 쏴’만들어 준 LG엔 죄송할 뿐

1998시즌 서울 팀의 1차 지명 우선권을 가리기가 열렸던 1996년 11월10일.

OB(현 두산) 스카우트 팀은 환호했고, LG는 약간의 아쉬움을 달랬다. ‘서울 라이벌’LG와 OB는 주사위 던지기를 통해 1차 지명권을 결정했는데 1990년대 LG에 7번 내리 졌던 OB가 처음으로 승리한 순간. OB는 주저 없이 당대 최고의 대학 거포 김동주(당시 고려대)를 지명했고, LG는 연세대 포수 조인성을 선택했다.

조인성에겐 야구 인생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였다면, 14년 LG 생활을 청산하고 인천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사건’은 두 번째 전환점이다. SK와 3년 최대 19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한 조인성(36)은 29일“유니폼에 줄무늬가 없어 아직은 어색하지만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즐기고자 SK를 택했다”고 말했다.

▲ 내 생애 최고의 포수

조인성은 서울 수유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에 입문했다. 때는 1984년. 이만수 SK 감독(당시 삼성)이 프로야구 출범 3년 만에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구가한 시즌이다. 어린 조인성의 눈을 사로잡았고, 곧장 포수 미트를 자청해서 끼었다. “이만수 감독님이 저의 롤 모델이었던 셈이죠. (포수를 할까)망설이고 있었는데 이 감독님의 모습을 보고 반해 결심했어요.”

LG 시절 조인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정상급 포수로 도약한 건 분명하지만 그의 볼 배합은 늘 팀 성적과 결부돼 평가절하됐다.“사실 LG 입단 후 근 10년 동안 제 뜻대로 사인을 내 본 적이 없었어요.”감독은 자주 교체됐지만 벤치 주문은 계속됐고, 조인성은 자신의 야구를 마음껏 펼칠 수 없었다. 조인성은 FA 계약 직후 미국 플로리다에서 마무리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이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심으로 환영해주시면서 마음껏 야구를 하라고 하셨죠.”

▲ 다시 만난 은사들

조인성에게 SK는 낯설지 않다. 김재현(은퇴)과 함께 학창 시절 단짝이었던 ‘절친’이호준이 있고, 중-고-대-LG 직속 후배인 안치용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SK행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박철영 배터리코치의 존재 때문이다. 박 코치는 조인성이 1998년 LG에서 데뷔할 때부터 10년 가까이 ‘멘토’구실을 한 스승이다. 박 코치가 LG를 떠나 SK로 옮긴 뒤에도 조인성은 기술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박 코치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 “박철영 코치님이 계신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SK 육성팀장으로 프로야구에 복귀한 유지홍 전 LG 스카우트도 반갑다. 유 팀장이 바로 90년대 ‘신의 손’으로 불렸던 LG 1차 지명 역사의 산 증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인성 때만 두산에 졌기에 조인성에게 갖는 미안함과 애정은 더욱 각별하다. 류선규 홍보팀장도 조인성의 신인 입단식을 손수 치렀던 LG 출신. “막상 와 보니 친정팀처럼 푸근하고 마음이 편하네요.”

▲ 신인으로 돌아가다

“LG와 앙금이요? 이제 정말 없어요.”FA 우선협상 과정에서 심한 갈등이 부각됐지만 조인성은 “결과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고백했다. “제가 더 잘 했으면, 팀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LG를 떠날 일도 없었을지 모르고 팀 분위기도 더 좋았을 텐데….”

마음의 짐을 안고 옮겨 온 SK에서 신인 시절의 추억에 젖어 드는 건 지인들과의 해후 때문만은 아니다. 1975년생인 조인성은 박경완(39), 박재홍(38)에 이어 팀 내 서열 세 번째다. “(박)경완이형은 말할 것도 없고, (정)상호에게도 제가 많이 배워야 합니다. 저는 아직 낯선 팀이고, 프로야구 최고 강 팀인데 신인이라는 자세로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묻는 건 당연하죠.”

●조인성 프로필

▲생년월일=1975년 5월25일

▲신체조건=183㎝ㆍ98kg

▲혈액형=A형

▲취미=스킨 스쿠버 다이빙

▲주량=소주 반 병

▲별명=앉아 쏴

▲출신교=수유초-신일중-신일고-연세대

▲포지션=포수(우투우타)

▲프로 데뷔=1998년 LG(1차 지명)

▲연봉=3년간 최대 19억원(FA 계약)

▲주요 대회 및 수상 경력=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2010년 골든글러브

▲통산 성적=타율 2할5푼8리(4,254타수 1,099안타) 149홈런 647타점


▶ [스포츠 요지경] 이토록 웃지 못할 사태까지
▶ 앗! 정말?… 몰랐던 '선수'남녀의 연애비법 엿보기
▶ 아니! 이런 짓도… 아나운서·MC 비화 엿보기
▶ 충격적인 방송·연예계… 더 적나라한 실상들
▶ MB와 측근들 줄줄이 비리 의혹… 이제 시작일 뿐?
▶ 말도 많더니… 이제부턴 박근혜 vs 안철수 '맞장'?
▶ 말도 많은 한미 FTA… 한국에 유리한 것이 있나?



성환희기자 hhsu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