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반나절 만에 행선지가 바뀐 김승현(33)의 트레이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고양 오리온스와 서울 삼성은 2일 김승현과 포워드 김동욱(30)의 맞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바로 전날까지 창원 LG 김현중(30)과의 트레이드에 합의하고 보도자료까지 작성, 발표 시점만 조율하던 상황이었다. LG는 현금 일정액을 얹어 주는 선수 양수ㆍ양도 계약서 및 약정서를 교환하기로 했으며, 김현중은 1일 전주 KCC전을 앞두고 LG 선수단에 작별 인사까지 마쳤다.

그러나 돌연 오리온스는 1일 오후 “삼성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LG측에 전달하고 몇 시간 후 심용섭 사장이 허병진 LG 단장에게 ‘협상 결렬’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 황당한 LG 실무자는 “프로 구단 사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도장 찍기 전이라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급작스러운 삼성행의 배후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코트 복귀가 확정된 뒤“뛸 수만 있다면 어느 팀이든 상관 없다”던 김승현은 갑자기 1일 오후에서야 삼성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변호사를 통해 구단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사장은 2일“그간 김승현에게 원하는 팀을 물어봤지만 답하지 않아 LG와 트레이드를 추진했는데, 어제 오후에 삼성으로 보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LG에 미안하지만 우리도 계속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었다. 카드가 맞지 않아 조율하다가 김동욱을 원해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트레이드 과정이 불거지면서 김승현측이 또 다시 삼성과 모종의 이면 계약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편 지난해 오리온스와 연봉 지급 문제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인 김승현은 지난해 11월 KBL(한국농구연맹)에서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됐다. 8일까지 타 팀 이적을 조건으로 오리온스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다시 코트에 설 수 있게 됐다. 김승현은 “오리온스와 LG에 죄송하다”면서 “언제부터 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복귀해 5분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승현 대신 오리온스로 옮긴 김동욱은 마산고-고려대 출신으로 2005년부터 삼성에서 뛰었다. 이번 시즌엔 17경기에서 평균 11.5점, 2.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