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종편의 10일

JTBC '빠담빠담'
개국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가 전파를 내보낸 지 10일째다. 1일 개국 축하쇼를 선보이며 자축했던 종편의 첫날은 바람 잘 틈이 없었다. TV조선은 화면이 분할되는 방송사고를 일으켰고, 채널A는 '23년 전의 강호동 야쿠자 모임 참석'을 보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첫날부터 각종 화제를 양산했지만 시청률과 연결되지는 못했다. 개국 일주일간 종편의 일일 평균 시청률은 0.3∼0.6% 수준을 기록했다. 드라마와 예능에 스타들을 대거 영입해 화제를 모으고 각종 언론을 통해 홍보에 노력한 것을 생각하면 허탈한 성적표다.

# 0

대한민국에서 아무도 보지 않은 프로그램이 있다? 있다. 5일 새벽 1시 59분 방송된 종편 MBN의 '교통안전 리얼여행 드라이빙 노트'가 시청률 0.000%(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ㆍ케이블유가구 기준)를 기록한 것. 새벽 2시를 넘어서면 시청률 조사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방송 전체(10분 분량) 집계는 아니지만 믿기 힘든 수치다. 해당 프로그램 직전 방송된 '다큐 콘서트-분노의 시대를 넘어서'(재방송)은 0.03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 조사 표본은 3,145가구다. 그 중 한 가구만 '다큐 콘서트-분노의 시대를 넘어서'를 시청했다는 이야기다.

다른 종편도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5일 종편 4사의 평균 시청률은 0.3∼0.5% 수준이었다. JTBC 한곳만이 월화미니시리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이하 빠담빠담) 등 3개 프로그램에서 시청률 1%를 넘겼다.

JTBC '발효가족'
이런 상황에서도 종편의 대주주 언론사는 각자 '종편 1등'을 자처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앙일보는 5일 1면 기사 'JTBC 시청률 1위 석권'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자사 종편인 JTBC가 방송한 'TBC 추억여행2' '인수대비'가 각각 1.419%, 1.270%를 기록해 1.159%의 MBN '청와대의 밥상', 1.111%의 채널A '하얀 묵시록 그린란드'를 제쳤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역시 2면에 '하얀 묵시록 그린란드'가 1.30%의 시청률을 보여 1위를 기록했다고 선전했다. 같은 날 시청률이지만 보도 내용이 엇갈린 것은 중앙일보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결과를, 동아일보가 또 다른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 자료를 썼기 때문이다. 각자 유리한 수치가 나온 시청률 조사 결과를 차용하고 있다.

# 1.601

'1.601'은 종편 4개 채널 드라마들 중 5일 방송된 JTBC 월화미니시리즈 '빠담빠담' 1회가 기록한 시청률 수치다. 시청률 1.601%는 종편 드라마 첫 회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JTBC 수목미니시리즈 '발효가족' 1회가 1.563%로 그 뒤를 이었다. 첫 회라고는 하지만 '지상파와 경쟁하기 위해' 정우성 박진희 등의 스타들을 전면에 내놓았다는 점과 종편이 들인 제작비를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두 작품은 시청률 1%를 넘겨 그나마 낫다. JTBC 이외 종편 작품들의 1회 시청률은 더 암담하다. 채널A의 월화미니시리즈 '컬러 오브 우먼' 1회의 시청률은 0.757%을 기록했다. MBN의 드라마와 시트콤은 0.5% 수치도 기록하지 못했다. MBN 주말미니시리즈 '왓츠업' 1회는 0.460%를, 일일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 1회가 0.330%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흔히 지상파 3사의 애국가 시청률이라고 불리는 3% 대도 종편에겐 아직 넘지 못할 벽이다.

MBN '왓츠 업'
문제는 '빠담빠담'을 비롯한 종편 간판 드라마들의 2회 시청률이 하락했다는 점이다. 6일 방송된 '빠담빠담' 2회는 1회보다 약 0.1% 포인트 하락한 1.51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주말극 '인수대비'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채널A의 '컬러 오브 우먼'만 2회 시청률이 0.84%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1% 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는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특수사건전담반 TEN'이 1회부터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해 3회 만에 3% 대 시청률에 진입한 것과 대조된다.

종편 드라마가 방송 초반이기 때문에 시청률 반등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높은 상승세를 기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TV조선의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와 '한반도', JTBC의 '아내의 자격', 채널A의 '총각네 야채가게' 등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종편이 인기 드라마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16

12월 10일 MBN이 재방송을 내보내는 시간은 16시간이다. 주말이라고는 하지만 24시간 중 새로 공개되는 방송이 나가는 것은 8시간에 불과하다. 채널A도 이날 하루에만 10시간 동안 재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이런 식으로 종편은 평일에 재방송한 프로그램을 주말에 다시 한번 방송하고 있다. 종편이 '재탕ㆍ삼탕'한다는 말을 듣는 이유다. 지상파 3사 중 같은 날 가장 많은 재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한 KBS 2TV의 경우엔 약 6시간 30분 동안 재방송을 내보낸다. MBN의 16시간 재방송이 얼마나 높은 수치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MBN 대주주 매일경제는 종편 업체 선정 전인 2010년 11월 2일 기사를 통해 종편의 이점을 소개했다. 당시 매일경제는 케이블 TV가 제작비를 이유로 프로그램을 '재탕ㆍ삼탕'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MBN도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MBN은 별다른 통보 없이 '왓츠업' 재방송을 내보내는 촌극도 빚었다. 당초 4일에는 '왓츠업' 2회가 방송되기로 되어 있었으나 해당 편성 시간엔 1회가 재방송됐다. 이후 2회가 이어졌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방송사고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MBN 제작국 드라마부 관계자는 "3일 저녁에 편성을 급하게 바꿨는데 토요일이라 홍보할 시간이 없었다"고 밝혔다. 방송 하루 전 마음대로 편성을 조정하는 바람에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경우다.

종편의 빈번한 재방송은 개국 이전에도 예고됐다. 12월 1일 개국일은 다가왔지만 방송 콘텐츠는 충분하지 못했다. 종편의 채널 번호도 개국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에야 종편 4사 모두 결정될 정도로 급하게 출발했다. 급기야 종편은 편성표를 재방송과 홍보 영상으로 메웠다. JTBC의 경우엔 'TBC 추억여행'이란 명목 하에 1일부터 3일까지 1970년대 프로그램인 '쇼쇼쇼'와 '청실홍실'을 방영했다.

# 4060

개인의 정치 성향에 따라 채널을 선택하는 이른바 '이념적 시청'의 성향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개국 전부터 종편 대주주 언론사들의 보수적인 성향은 논란이 돼 왔다. 이른바 '미디어법 개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종편 탄생 과정은 일찍이 보수 정권과 보수 언론의 결합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에 휩싸였다.

이런 우려 속에 출발한 종편 4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를 개국과 동시에 내보내 일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또한 채널A는 총선을 앞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인간 박정희'(가제)를 방영할 계획이고 TV조선도 포퓰리즘 특집 계획을 밝힐 정도로 보수적인 색채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 광고회사 오리콤이 6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종편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거부 현상이 나타났다. 종편이 방송시장에 미친 영향력을 분석한 해당 자료에 따르면 종편 시청자층의 연령이 40~60대 중장년층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종편 시청 점유율에서 이들 연령층이 무려 80%를 차지해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반면 20~30대 젊은 층의 개인시청률은 0.1%로 종편을 거의 시청하지 않았다. 결국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의 주요 독자층들이 종편 시청자들이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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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엽기자 klimt@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