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경질한 조광래 감독 대안 찾기 난항 겪을 듯

한국 축구가 미궁에 빠졌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8일 성적 부진과 관리 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조광래 대표팀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희망’을 밝힐 대안이 마땅치 않다. KFA는 12일 새로운 기술위원회를 발족시키고 13일 첫 회의를 열어 대표팀 사령탑 후임 인선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묘안이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황보관 KFA 기술위원장과 김진국 전무는 8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국내ㆍ외를 막론하고 한국 축구에 밝은 지도자를 물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K리그 사령탑 가운데 후보를 물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KFA는 최근 사령탑 부재로 인한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현직 K리그 감독을 대표팀에 수혈해왔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지휘봉을 동시에 거머쥔 핌 베어벡 감독은 2007년 7월 동남아 4개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본선에서 3위에 그친 후 자진 사퇴했다. 당시 코 앞으로 닥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 예선을 책임질 후임 사령탑에 관심이 집중됐는데 KFA는 부산 아이파크 사령탑에 새로 취임한지 2주 밖에 안된 박성화 감독을 올림픽 대표팀 수장으로 선택했다.

같은 해 A대표팀 사령탑은 당초 해외 지도자가 유력했다. 프랑스 대표팀과 리버풀 사령탑을 역임한 제라르 울리에(프랑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아일랜드를 이끈 믹 매카시(잉글랜드) 감독이 우선순위였다. 그러나 이들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KFA는 방향을 국내 지도자로 급선회, 전남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을 임명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후에는 허정무 감독이 연임을 마다하고 정해성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고사하자 경남을 이끌고 시즌을 치르고 있던 조광래 감독을 선택했다. 조 감독은 한 동안 경남과 대표팀 사령탑을 겸직했었다.

최근 각급 대표팀 사령탑 공백을 해결한 KFA의 방식은 치밀함과는 거리가 멀다.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후에야 호들갑을 떨었다. 궁여지책으로 신임 사령탑을 선임한 기술위원회는 매번‘중요한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고 K리그에서 지도력이 검증됐기 때문’이라는 말만 반복해왔다.

내년 2월 29일 홈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최종전은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K리그 현직 감독 가운데 대안을 찾는 것이 KFA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해결책이다. 그러나 선뜻 ‘십자가’를 지겠다고 나설 이가 있을지 의문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