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흥행의 마지막 단추 끼워, 국제 경쟁력은 진정한 시험대에

‘코리안 특급’ 박찬호(38)가 드디어 돌아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3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박찬호가 내년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 한국 프로야구에서 뛸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박찬호는 고향팀인 한화와 계약만 하면 당장 내년 시즌부터 한국프로야구에서 뛸 수 있다. 1994년 한국인 선수로는 가장 먼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지 17년 만이다.

박찬호는 매니지먼트사인 팀61을 통해 “한국에서 뛸 수 있게 도와주신 대해 감사 드린다”며 “특히 힘을 써준 한화 구단에 고맙다. 내년을 뜻 깊은 시즌으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한화-박찬호, 이제는 ‘옵션 전쟁’ 시작

이제 남은 건 박찬호와 한화의 ‘옵션 전쟁’이다. 정승진 한화 사장은 박찬호 특별법이 통과된 직후 “박찬호에게 어느 정도 대우를 할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으며, 아직 구체적인 협상 일정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박찬호와 관련된 한화 구단의 말들을 종합해 봤을 때 박찬호와는 옵션에 비중을 둔 1년 계약을 할 가능성이 크다. 풀이하자면 보장 금액은 적고 인센티브가 많은 형식이다. 프로축구 선수들이 구단과 계약하는 ‘승리 수당’과 개념이 비슷하다. 박찬호가 다승을 포함한 출전 이닝,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에서 일정 성적을 뛰어 넘으면 박찬호는 옵션으로 추가 금액을 받게 된다.

노재덕 한화 단장은 “특별법이 막 통과됐다. 계약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도 “메이저리거의 명예를 지켜주는 선에서 연봉 협상도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다. 박찬호는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이다. 옵션을 많이 하는 게 서로에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프로야구 흥행의 마지막 단추 끼웠다

박찬호의 복귀로 프로야구 흥행에 마지막 단추가 끼워졌다. 선동열 감독이 고향팀 유니폼을 입으며 ‘태양의 귀환’을 알리더니 ‘국민타자’ 이승엽과 김태균도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여기에 박찬호까지 수혜를 받았다. 이름값으로는 역대 최고의 투수와 타자가 한꺼번에 돌아온 셈. 야구팬들도 내년 시즌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사상 첫 700만 관중을 돌파하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이승엽을 맞는 삼성과 김태균과 박찬호를 맞이하는 한화는 폭발적인 관중 증가를 기대해 볼만하다. 올 겨울 이범호를 영입한 KIA는 지난해(43만6,285명)에 비해 약 35%나 증가한 59만2,669명을 동원했다. 이범호에 비해 뒤질 게 없는 두 선수의 인기를 고려하면 대전 대구 모두 큰 폭의 관중 증가가 예상된다.

▲1세대 대거 복귀, 더 이상의 해외 진출은 힘든가

그러나 ‘원조 해외파’ 박찬호의 국내 복귀에는 그늘도 있다. 이제 바다 건너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야구선수는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와 일본 프로야구의 이대호(오릭스), 임창용(야쿠르트)뿐이다. 사상 첫 메이저리그 직행을 노렸던 정대현도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매년 5명 안팎의 해외파를 거느렸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현재 13명의 메이저리거를 보유한 일본과도 크게 비교된다.

1,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가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해외파의 공이 컸다.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선수들에게 많은 노하우를 전수했다. 1세대 해외파가 모두 복귀한 이제 한국 야구는 국제 무대에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