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계약서 사인하고 13일 오전 빅리그행 포기 선언

볼티모어 입단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여러 소문이 나돌았던 정대현(33ㆍ전 SK)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하자마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는 13일 오후 정대현과 4년간 총액 36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6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대현이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그 포기를 선언한 시점부터 롯데 입단까지 불과 2시간여밖에 걸리지 않아 그의 석연치 않은 국내 유턴 이유에 대해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대현은 롯데 입단 발표를 2시간쯤 앞두고 장문의 E-메일을 통해“오늘 아침 볼티모어 구단에 그 동안 추진했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면서 “이제 한국에서 뛸 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 관계자는 “정대현이 어제 밤 11시에 이문한 운영팀장과 인천 모처에서 만나 계약에 합의했다”고 털어 놨다.

정대현에 따르면 메디컬 테스트 결과 ‘간 수치’가 높았고, 치료 방법을 두고 구단 측과 이견을 보여 꿈을 접기로 했다는 것. 지난 18일 원 소속구단 SK와의 협상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떠난 정대현은 볼티모어와 2년간 320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입단 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보름이 지나도록 발표가 이뤄지지 않는 과정에서 한국일보는 정대현의 스플릿 계약설을 처음으로 제기하며 국내 유턴 가능성을 예상했다(11월 22일자). 며칠 후 현지 언론에서도 25인 로스터 보장 계약이 아닌 것에 대해 정대현이 고심 중이라고 보도됐다. 정대현은 이를 부인했고, 메디컬 테스트에서 드러난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재검진을 위해 귀국한 정대현을 두고도 상식적으로 의료 수준이 뛰어난 미국에서의 검진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해 굳이 한국으로 돌아왔겠느냐는 추측이 잇따랐다.

볼티모어는 이 때도 줄곧 “정대현의 결정만 남았다”고 말해 왔다. 정황을 종합해 보면 메디컬 테스트 결과나 치료 방법 자체의 문제가 아닌, 이상 소견에 따른 계약 조건의 변화로 풀이된다. 정대현 말대로 당초 메이저리그 계약을 보장 받았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이상이 나와 스플릿 계약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다. 정대현은 보도자료에서 “치료 방법에 이견이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면서도 “메이저리그 계약 룰이 있어 자세한 설명은 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 2001년 SK에 입단한 정대현은 올시즌까지 통산 477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1.93에 32승22패99세이브76홀드를 기록한 국내 대표의 ‘잠수함’투수. 정대현은 “미국에서 힘들었는데 롯데의 적극적인 공세로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