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들의 “미디어법 개정 반대!”소신발언이라도 뉘앙스에 따라 대중 반응 차이“고맙다”는 말도 평범한 건 싫다

류승룡(2011 청룡영화상)
장면 하나. 배우 류승룡은 지난달 25일 '제3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뼈 있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날 영화 '최종병기 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그는 트로피를 받은 후 "내년엔 설마 미국 사람들이 심사를 하진 않겠죠?"라는 말을 던졌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장면 둘. 개그맨 이수근은 지난 9월 2일 열린 '제38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코미디언상을 받아 무대에 올랐다. 그는 수상 후 "나라에 코미디 프로가 많다는 것은 그 나라 국민들이 웃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며 "개그맨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좁아 아쉽다. 많은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네티즌들은 이수근의 수상 소감을 '개념발언'이라며 칭찬했다.

장면 셋. 배우 강소라는 지난달 3일 열린 '2011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2011 Style Icon Awards)'에서 영화 '써니'로 콘텐츠 오브 더 이어(Contents Of The Year) 상을 수상했다. 그는 "감독님과 고생 많이 한 '써니' 스태프, 울고 웃으며 같이 연기한 우리 배우들, 영화 사랑해주신 팬 여러분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는 다소 평범한(?) 소감과 함께 무대에서 손가락으로 아래 위로 찌르는 일명 '콕콕 댄스'를 선보였다. 그는 네티즌들로부터 가벼운 댄스 하나로 틀에 박힌 시상식 소감을 깼다는 평을 받았다.

각종 시상식 시즌이 돌아왔다. 12월은 새해를 맞는 설렘에 앞서 지난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연예인들도 각 방송사의 시상식을 통해 한 해 동안의 활동을 평가 받는다.

시상식의 백미는 스타들의 레드 카펫 의상과 수상 소감. 수상 소감을 전할 때 연예인들은 보통 자신과 함께 작업한 방송가 관계자들과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하지만 그 중에는 틀에 박힌 형식을 거부하고 톡톡 튀는 발언으로 대중의 이목을 끄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녹여내는 사람도 있고, 방송 산업 발전을 위한 소신 발언을 하는 이들도 있으며, 그 동안 쉽게 볼 수 없던 발랄한 소감을 전하는 스타도 있었다.

문근영(2010 KBS 연기대상)
# 정치적 발언의 장으로

일부 PD들은 시상식에서 정치적 발언을 종종 한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9월 3일 방송의 날을 맞아 진행된 '제35회 한국방송대상'에서 박명종 당시 부산 MBC TV 제작국 국장의 수상 소감이다. 이날 지역공로상을 받은 박 국장은 "제행무상이라고 세상은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정권이 방송을 탐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는 촌철살인의 소감을 전했다. 현 정권이 일명 '미디어법' 개정을 통해 방송가를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을 담은 발언이었다. 이후 그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리부터 마음먹고 준비한 것이다"고 밝혔다.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1년 후 같은 시상식에서 좀더 노골적으로 정치 성향을 표현했다. 그는 연예오락부문 작품상과 TV 연출자상을 받은 뒤 "밖에서 고생하는 최문순 (전) 사장님, 엄기영 사장님, 힘내십시오"란 발언을 해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함을 드러냈다. 당시 엄기영 MBC 사장은 해임 압박을 받고 있었고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미디어법 무효' 시위에 나선 상황이었다. 시상식 후 보수 성향의 단체와 대중들은 "충성서약이냐"며 그를 비판했지만 김 PD에 동조하는 이들도 많았다. 김 PD의 당시 수상 소감은 '무한도전'을 통해 종편을 비아냥거리는 현재의 모습과 연관성을 가진다.

# 방송 환경의 변화를 꾀할 기회로

시상식을 통해 "현재의 방송 환경을 개선하자"고 노동운동(?)을 펼치는 스타들도 있다. 개그맨 이수근은 좁은 개그 프로그램의 문을 이야기했지만 배우들은 열악한 촬영 현장을 언급했다. 배우 문근영은 KBS '2010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와 '매리는 외박 중'으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당시 그는 드라마 스태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이들의 노력이 좀 더 보람찬 노력이 되기 위해서는 드라마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드라마 촬영 현장이 상당히 열악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시청률이 아니라 드라마 현장에서 맡은 임무를 잘 하는 것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드라마를 마음껏 만들 수 있도록 방송국과 제작사 측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소신발언을 덧붙였다.

고현정(2010 SBS 연기대상)
같은 날 배우 고현정도 시청률에 민감한 현 방송가를 꼬집는 발언을 했다. 그는 SBS '2010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과정을 잘 모르는 분들이 '이 배우가 어떻다, 저 배우가 어떻다' 등과 함께 시청률을 가지고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말아 달라"며 "배우가 연기를 하는 건 그 순간 진심을 가지고 한다"고 말했다. '의도는 좋았으나' 고현정의 발언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유는 '거만하다'는 것. 아무리 소신발언이라도 대중에게 말할 때는 겸손한 어구와 어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일례다.

# 세련된 유머로

식상할 수 있는 '고맙다'는 표현을 감동과 재미로 버무려 명 소감으로 환골탈태시킨 경우도 있다. 배우 황정민의 2005년 '제26회 청룡영화상' 수상 소감은 역대 최고의 시상식 소감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는 '너는 내 운명'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스태프들이 밥상을 차려놓으면 배우는 밥만 잘 먹으면 되는데 스포트라이트는 나 혼자 다 받는다"며 "(전)도연아, 너랑 연기하게 된 건 내겐 기적 같은 일이었어"라고 어록(?)을 완성했다. 황정민의 발언은 대중들에 감동과 웃음을 함께 줘 이후에도 방송가에서 자주 패러디 됐다.

뼛속까지 개그맨이란 의미에서 '뼈그맨'으로 불리는 유세윤은 상을 받으면서도 웃겼다. 그는 지난 7월 '2011 Mnet 20's 초이스'의 핫 버라이어티 스타 부문에서 수상했다. 유세윤은 "20's 초이스에서 3번째 수상하는데 지겨울 때도 됐다"는 거만한(?) 소감을 밝힌 후 "2번째 받은 트로피는 (Mnet 'UV 신드롬'의) 황복순 코디 할머니가 가져갔다. 방송 보고 돌려 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차태현과 최강희는 시상자로 나섰지만 수상 소감을 밝히는 상황극을 보여 폭소를 안겼다. 둘은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감독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차태현은 "우리 둘 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 같아 기대는 안 한다. 수상소감이나 읊어보자"고 말한 뒤 "마누라와 아들 수찬이, 얼마 전 낳은 딸 태은이에게 이 모든 영광을 주겠다"라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최강희도 "뭐라도 말해보라"는 차태현의 독촉에 "뜻하지 않는 순간에 이 상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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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엽기자 klimt@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