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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의 선수 평가 항목 무려 120여개

●프로야구 연봉 협상의 모든 것
데이터 산출해 액수 제시, 연공 서열 파괴한 LG는 독특한 '신연봉제'
선수는 여전히 약자, 협상서 한마디 않는 '모르쇠' 알아서 달라 '배짱형' 다양
협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목적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기 위하여 여럿이 서로 의논하는 것'이다. 프로야구도 협상의 계절이다. 구단은 한 시즌간 선수의 성적을 토대로 연봉을 책정해 제시하며, 선수 역시 나름대로의 근거를 들어 요구한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구단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선수의 입장 차이 때문에 연봉 협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연봉을 책정한 구단과 선수의 잣대는 어떻게 다를까.

단순 기록보다 순도 우선

8개 구단은 데이터로 산출한 고과를 근거로 선수들에게 연봉을 제시한다. 대부분 단장을 위원장으로 운영팀장과 스카우트팀장, 전력분석원, 기록원 등 5, 6명으로 이뤄진 연봉협상위원회를 꾸린다. A구단의 연봉고과 산출 기준을 보면 ▲구단 고과(50%) ▲정규시즌 성적(20%) ▲타석 수, 투구 이닝(10%) ▲1군 등록일수(10%) ▲코치 고과(10%) 등 5개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구단 고과는 절반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항목이다. 여기에는 공식기록에는 집계되지 않는 상세한 내용들이 기재돼 있다. 투수는 124개 항목, 타자는 120개나 된다. 가령 A 선수가 타율 3할에 20홈런, 80타점을 올렸고, B 선수는 타율 2할7푼에 10홈런, 50타점을 올렸다면 기록상으로는 A의 성적이 뛰어나지만 결정적인 순간 병살타가 10개라면 감점 요인이 크다.

반대로 B가 결승타를 많이 쳤다면 플러스 알파의 고과가 매겨진다. 그만큼 드러난 기록보다 '순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코치 고과는 기록 외의 개개인의 훈련 자세와 생활 태도 등을 계량화한 것이다. 물론 객관적인 수치 외에 예비 자유계약선수(FA)의 경우 프리미엄이 붙을 수도 있다.

  • 봉중근
자기만의 독특한 산정 방식을 적용하는 구단도 있다. LG의 '신연봉제'가 대표적인 예다.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윈 셰어(Win Share)를 고과에 높게 적용한 방식이다. 윈 셰어는 특정 선수가 팀 승리 중 몇 승 정도에 기여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팀 승리수에 3을 곱해 이를 전체 파이로 놓고 이를 선수들끼리는 나누는데 예를 들어 'A 선수는 팀이 거둔 100승 중 10.45승에 기여했다'는 식으로 평가된다. LG는 윈 셰어 50%에 기존 고과 산정방식을 50%씩 적용해 최종 고과를 계산한다. 일반 고과를 적용하는 다른 구단보다 증감의 폭이 클 수밖에 없다.

자료 준비와 전문가 자문

구단의 연봉 산정 방식이 과학적으로 변하면서 선수들의 자세도 바뀌었다. 그 동안 대부분의 선수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요즘은 나름의 자료를 손에 쥐고 협상 실무자를 만난다.

최근 세 차례의 협상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A 선수는 야구 관련 종사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지난 시즌 성적을 토대로 연봉 인상 요인을 논리적으로 설명했으며, 같은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다른 구단 선수의 연봉을 예로 들어 구단을 설득했다.

B 선수는 구단 보다 더 철저히 고과를 계산한 케이스다. 출범 31년째를 맞은 한국야구위원회(KB0)는 타율, 최다안타,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출루율, 도루 등 8개 부문을 공식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B 선수는 득점권 타율, 동점타, 희생타, 뜬공/땅볼 비율, 타석 당 볼넷, 득점 기여도, 희생플라이, 병살타 숫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기록까지 꼼꼼히 체크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 류현진
이 밖에 협상 테이블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모르쇠' 형과 알아서 달라는 '배짱' 형이 있다. C 선수는 최근 세 차례의 협상에서 특별한 얘기 없이 침묵으로 일관해 구단 관계자를 당황시켰다는 후문이다. 이 선수는 8개 구단 선수 가운데 가장 늦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걸로 유명하다. 반면 프랜차이즈 스타인 D 선수는 "알아서 달라"는 말과 함께 유유히 사라져 구단 관계자를 애태우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각양각색의 방법에도 여전히 선수는 연봉 협상에서 약자다. 구단이 데이터를 들이밀면 선수가 논리적으로 맞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 A 선수는 "아무리 설득해도 구단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 마치 연봉 협상을 하지 말자는 소리와 같다"며 "고과 점수를 어떻게 매기는지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 스타급 선수에게만 지갑을 열고 나머지 선수는 찬밥 대우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B 선수 역시 "무조건 자기 말이 맞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많은 자료를 준비해 봤자 소용이 없다"며 "시즌 때는 친한 형, 동생처럼 지내다가 협상 계절만 되면 180도 변하는 구단 태도에 다시 한 번 실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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