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불행 시작 후 끝 모를 추락 거듭, 감독 교체∙스타 영입 무소용

LG 트윈스는 9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하위권을 맴돌았다. LG의 올시즌 전망도 밝지못하다. 주축 선수들이 떠나며 객관전력이 약해졌다. 사진은 1990년 LG를 창단 첫해 우승으로 이끈 백인천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는 모습. 주간한국 자료사진
프로야구 LG와 프로농구 SK. 모기업도 종목도 전혀 다르지만 연고지가 서울이란 것 이외에도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두 팀은 화려한 선수 구성으로 항상 우승후보로 꼽힘에도 매 시즌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 LG는 9년 연속 가을 잔치에 나서지 못했고, 프로농구 SK는 최근 9시즌 동안 단 한번 6강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아봤다. 나머지 시즌은 모두 중하위권에 머문 SK다. 끈기 없는 '모래알 팀 워크', 그리고 감독들의 무덤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나란히 미소는 2002년

2002년은 두 팀이 마지막으로 웃었다. LG와 SK는 각각 한국시리즈와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그러나 나란히 준우승에 그쳤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LG는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신예들의 활약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상대는 당시 최강 전력이었던 삼성. LG는 5차전까지 삼성과 승패를 주고 받으며 선전했지만 6차전에서 이승엽과 마해영에게 뼈아픈 연속 홈런을 맞고 삼성에 우승을 내줬다.

문경은 SK 나이츠 감독
SK도 마찬가지였다. 서장훈과 조상현을 앞세우고 2001~02시즌 오리온스와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지만 김승현-힉스 콤비를 넘지 못한 채 결국 무릎을 꿇었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2002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선 다해도 늘 2% 부족

그 후 LG는 이광환 감독부터 이순철, 김재박, 박종훈 감독까지 사령탑을 바꿔가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번번이 눈물을 흘렸다. 덩달아 사장, 단장, 운영부장을 교체하는 프런트의 변화까지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LG는 2009년 큰 기대를 모았다. 박종훈 감독과 이례적인 5년 계약을 하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이택근, 이진영 등 외부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했고, 여기에 이병규까지 복귀했다. 시즌 초반 선전했지만 결과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9년과 지난해 모두 6위에 그쳤다.

SK도 이상윤, 김태환, 김진 등으로 사령탑을 바꿨지만 '감독들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SK에서는 방성윤, 주희정, 김민수도 그저 그런 선수일 뿐이었다. 분위기를 탈 만하면 나타나는 주전들의 고질적인 부상이 시즌 중반부터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
두 팀의 문제에는 뿌리가 깊다. 임기응변식 변화와 소통 부재가 조직의 결속력을 약화시켰고, 치유하기 어려운 고질병이 돼 버렸다. '큰 그림'을 그려 놓지 않은 채 그때 그때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다 보니 비슷비슷한 능력의 베테랑들만 많아졌고, 좋은 재목을 발굴하지 못했다.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늘 2% 부족했다.

장밋빛 미래 꿈꿀수 있을까

LG의 앞날은 올시즌도 밝지 못하다. 주축 선수들이 둥지를 옮기며 지난해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이 크게 떨어졌다. 넥센과 함께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LG는 올해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 '10년'이나 가을 잔치의 구경꾼이 되는 탓에 '4강 부담'이 여전하다. 끝 없는 외부 영입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던 터라 김기태 신임 감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마음이 무겁다.

SK는 올시즌 초반 선전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손에 잡힐 듯 했다. 그러나 문경은 SK 감독대행이 '복덩이'라 불렀던 외국인센터 알렉산더 존슨의 왼 허벅지 근육 파열로 불행이 시작됐다. 어느새 7위까지 내려앉았다. 6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비스는 함지훈이 돌아왔다. SK가 남은 시즌 대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올해에도 6강 플레이오프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종석기자 lefty@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