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영화 '화차'서 악녀역 맡아 온몸 던진 연기

모델 출신 배우 김민희. 한 때는 '배우'보다 '스타'라는 수식어가 어울렸다. 어색한 연기와 발음을 지적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1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김민희에게 더 이상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그는 전도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신작 '화차'(감독 변영주ㆍ제작 영화제작소 보임)를 통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악녀 연기를 선보이는 김민희는 '하녀'의 전도연과 비교되곤 한다.

"전도연 선배는 내가 존경하는 분이다. 존경하면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나.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부끄럽지만 노력해서 전도연 선배처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화차'는 결혼을 앞두고 사라진 약혼녀와 그의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김민희는 이 작품에서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미스터리한 여인 강선영을 연기했다.

"연예계 생활을 한지 12년째인데 이렇게 강렬한 캐릭터는 처음이다. 화제가 된 반라 포스터도 선영이라는 캐릭터를 보여주자면 당연히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했다."

김민희는 이번 작품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보여줬다. 뺨을 맞는 장면을 찍을 때도 주저함이 없었다. 여배우의 얼굴을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스태프가 긴장할 정도였지만 김민희는 의연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다.

"(웃으며)내 얼굴을 믿었기 때문에 뺨을 맞는 장면에서 여러 차례 맞았다. 처음 맞을 땐 눈물이 났다. 아마 관객들도 보시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김민희의 얼굴에는 멍자국이 가실 날이 없었다. 진짜 맞아서 생긴 멍은 아니었지만 극중 구타를 당한 후 멍이 든 얼굴로 연기해야 할 때가 많았다. 여배우로서 예뻐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으련만, 김민희는 외모보다는 연기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으로 온 몸을 내던졌다. 그는 "얼굴에 그린 멍자국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멍 든 분장이 마음에 들어 분장을 한 채 계곡에 놀러 가기도 했다. 촬영을 계속 반복해야 하는데 분장지우는 게 사실 귀찮기도 했다. 이런 분장을 하면 사람들이 못 알아볼 줄 알았지만 전부 알아보시더라. 당시 영화사 대표님이 굉장히 부끄러워하셨다.(웃음)"

이에 대해 변영주 감독은 "이제 와서 밝히는 것이지만, 멍 분장을 해야 하는 장면의 촬영은 끝났는데도 분장을 한 채로 집에 가더라. 멍을 즐기는 여배우다"며 혀를 내둘렀다. 함께 출연한 배우 이선균 역시 "영화사 대표님과 김민희가 마치 매맞는 부인과 마실나온 남편 같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민희 이선균 조성하 등이 출연하는 '화차'는 3월 개봉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