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싹 씻고 새 연기세계 꽃피워

요즘 연예계에서는 1987년 남자 연예인들의 돌풍이 거세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 정일우를 비롯해 장근석 이민호 탑 등이 모두 1987년생이다. 이중 정일우는 시작이 가장 빨랐다. 2007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스타덤에 오른 후 승승장구했다. CF 섭외가 줄이었고, 단독 주연 자리도 가장 먼저 따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가장 먼저 정상을 밟은 정일우는 아픔도 가장 먼저 맛봤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돌아온 일지매' '아가씨를 부탁해' 등의 주연을 맡았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아픔은 오히려 약이 됐다. 정일우는 좌절하고 실패를 곱씹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지난해 그가 SBS 드라마 '49일'을 선택했을 때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았다. 누가 봐도 주인공이라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방송이 시작되자 정일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스케줄러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십분 발휘했기 때문이다. 배역의 비중과 크기보다는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정일우는 성장했다.

정일우는 이후에도 의외의 선택을 했다. 케이블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의 주인공으로 나서자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케이블 드라마 출연이 향후 지상파 드라마에 캐스팅되는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꽃미남 라면가게'는 기대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케이블 드라마에 대한 선입견 자체를 흔들었다. 정일우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결국 정일우는 '해를 품은 달'을 통해 개선장군처럼 지상파로 복귀했다. 그는 호탕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을 지닌 양명군을 자유자재로 연기하며 '해를 품은 달'의 인기를 견인했다. '돌아온 일지매' 이후 갖고 있던 사극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일거에 털어냈다.

정일우의 실적은 순도가 높다. '49일' '꽃미남 라면가게' '해를 품은 달'은 모두 해외 시장에 높은 가격으로 팔렸다. 배우로서 작품보는 안목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의 출연작이 연이어 소개되며 한류 스타로서 입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일우는 "인기에만 연연하면 진정한 배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잘 하는 역할만 할 수도 없고, 내가 원하는 역할을 반드시 맡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파악하고 새로운 것을 더 보여주려는 노력을 해야 발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안진용기자 realy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