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
2일 방송된 KBS 2TV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 신곡 '니가 필요해'로 1위를 차지한 후 감동의 눈물을 쏟던 케이윌이 후배 가수 존박을 업은 채 앙코르 무대를 꾸몄다. 결과 발표에 앞서 '1위를 하면 존박을 업겠다'고 약속한 케이윌의 퍼포먼스였다.

의외의 장면에 현장 관객은 물론 시청자들도 환호했다. 눈요깃거리를 제공했다는 사실보다 더욱 값진 것은 아이돌(Idol)이 대세로 자리잡은 가요계에서 솔로 남자 가수들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요즘 남자 솔로 가수 만나기도 쉽지 않다.

최근 가요계의 주류는 누가 뭐래도 아이돌이다.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를 통해 '듣는 음악' 시장이 잠시 형성됐지만 흐름은 다시 아이돌이 가져갔다. 지상파 3사 음악프로그램에서 신구 아이돌의 자리를 빼고 나면 기타 가수들이 설 자리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10년 첫 테이프를 끊은 남자 솔로는 이현이었다. 그는 데뷔 6년 만에 솔로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1위 자리를 밟진 못했지만 보컬리스트의 명맥을 잇는 강렬한 한 방이었다.

그 바통은 절친한 가수 케이윌이 이어받았다. 2009년 '눈물이 뚝뚝'이 온라인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며 시동을 걸기 시작한 케이윌은 현재 가요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발라드 가수다. 이번에도 케이윌의 저력은 입증됐다.

존박(왼쪽)과 허각.
선공개된 '내가 싫다'가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타이틀곡 '니가 필요해'가 온ㆍ오프라인 정상에 올랐다. 케이윌은 "'그래도 네가 하고 있어서 발라드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한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뿌듯했다. 언제든 흐름은 바뀔 수 있다. 다시 발라드가 대세가 될 때까지 잘 버티고 싶다"고 말했다.

케이윌과 함께 보컬리스트의 자존심을 지키는 가수들 중에는 케이블 채널 Ment '슈퍼스타K' 출신들이 많다. 각종 음악 프로그램을 비롯해 KBS 2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2'에서 자존심을 지킨 허각에 이어 허각과 자웅을 겨뤘던 존박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월22일 5곡이 수록된 미니앨범을 발표한 존박은 음원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그룹 빅뱅에 맞선 대항마로도 손꼽혔다. 아이돌 음악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가진 존박의 '폴링(Falling)'은 20,30대의 큰 호응을 얻으며 잔잔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가수 은 아이돌 출신 솔로라는 측면에서 희소성이 있다. 그는 첫 정규앨범 '뉴 브리드'의 타이틀곡 '노우 유어 네임'으로 '뮤직뱅크' 1위를 차지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했다. 특히 은 작사ㆍ곡을 넘어 자신의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한다는 점에서 여타 아이돌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찾는 이가 없어 안 만들기도 하지만, 거꾸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찾는 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아이돌 음악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만 가창력을 기반으로 한 보컬리스트의 음악을 찾는 팬들도 잠재적으로 존재한다. 케이윌 존박 등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경쟁력있는 음악을 만든다면 수요가 창출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안진용기자 realy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