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J 칠레 공연
"더 이상 한국만의 음악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 칠레의 한 기자가 내놓은 K-POP에 대한 답변이었다. 상상에만 존재하고 추측만으로 가늠했던 남미의 K-POP 열풍은 실존했다. 지난해 비스트 포미닛 지나 등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가 브라질에서 합동 공연을 벌여 확인했고 9일과 11일 JYJ가 남미 투어를 벌이며 재차 확인했다.

현상에 만족하고 현실에 안주하기는 이르다. 남미의 K-POP 열기를 지속시키기 위한 칠레와 브라질에서 모은 현장의 목소리를 모았다.

#시스템을 갖춰라

음반과 공연. 가수를 대중에게 알리는 두 축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남미 시장은 두 요소를 꾸준히 유통할 체계가 전무하다. "남미의 팬들은 정품 CD가 수입되지 않아 인터넷으로 구입한다. 원 가격은 25~30달러인데 인터넷에서 사기 때문에 300~400달러를 지불하기도 한다"는 CNN칠레 마티오즈 기자의 말은 K-POP의 현실을 보여준다.

K-POP의 핵심 상품인 CD와 DVD 등은 남미 전역에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품의 경우 개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정가의 10배 이상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이는 수입이 없는 10대가 주요 팬층을 형성하는 남미의 특성상 K-POP의 확산에 장애요소로 꼽힌다.

라이브 밴드의 반주에 맞춰 각종 화려한 영상장비를 동원한 공연을 펼칠 수 없다는 점도 아쉽다. 장비를 현지에서 조달하기 어렵고 현지 스태프와 의사소통에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댄스 음악의 비중이 높은 K-POP이 화려한 무대를 구현할 수 없는 점은 뼈아프다.

남미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JYJ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백창주 대표는 "현지 상황을 대행에 맡기지 않고 직접 파악하면서 노하우를 확보했다"면서 "다음 투어 전까지 음반 현지 유통을 최대 현안으로 삼고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팬서비스 차원 꾸준한 투어

#스킨십을 늘려라

남미를 강타한 K-POP은 온라인 기반이다. 유튜브를 통한 인터넷에서 팬덤이 형성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한 SNS로 결집됐다. 최근 남미 각국에 인터넷 보급이 활성화되는 것은 K-POP의 확산과 무관치 않다. 현장의 조언도 이와 맥을 같이 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과 SNS를 최대한 활용해 물리적 거리를 정서적인 친근함으로 극복하라고 지적했다.

칠레비전의 구티에레즈 기자는 "더 이상 한국에만 국한된 음악이 아니란 걸 모두가 다 안다. 세계 전역에서 K-POP을 기대하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서 전세계 팬들이 쉽게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영어를 비롯해 스패니시 언어권의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JYJ를 비롯해 일부 가수들이 물꼬를 튼 이상 남미 각국을 투어에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당장의 수입을 기대하기 보다 팬서비스 차원이라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온라인에 국한된 스타가 아니라 언젠가 한 번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정서적 희망이 남미 팬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이다.

퍼블리메트로 클라우디오 아르세 기자는 "꾸준한 투어와 앨범 유통망 확충을 통해 팬들을 일정하게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지진출 기업 협력 필요

#접점을 넓혀라

남미의 한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와 접목을 시도해야 한다. 우선 남미 각국에 진출한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JYJ 남미 투어에 현대자동차가 스폰서로 참여한 것도 좋은 예다.

K-POP이 남미에서 바람을 탈 수 있었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삼성 LG 등의 전자제품과 현대와 기아자동차가 현지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한국=고급'이라는 이미지도 한몫 했다. K-POP붐을 현상으로 지나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지에서 만난 한 남미 진출 기업 관계자는 "K-POP을 활용한 제품 홍보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현지인들의 문화 욕구를 채워주면서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문화와 경제의 시너지를 노려 한국 전반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중문화의 파급력을 타고 문화 전반을 이해하려는 즉, 한국 요리를 즐기고 한국 방문을 원하는 현지인들이 늘리는데 주력해야 한다.

"JYJ를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이전에는 분단 국가라는 정도만 알았는데 문화와 환경이 궁금해 한국어 학교를 다녔다"는 칠레 소녀 이트잘 비드개인(16) 양의 말을 곱씹을 때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