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동부 유창근
한국에서 16명 밖에 없는 영광스런 직업은 남ㆍ여 프로농구 감독뿐만 아니다. 농구대잔치의 '살아있는 전설'염철호씨를 시작으로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장내 아나운서. 공식적으로 1997년 프로농구 출범과 함께 도입된 장내 아나운서는 이제 프로농구 경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농구 초보자들에게는 경기 상황 설명의 '도우미'가 되기도 하고, 2시간 내내 다양한 이벤트로 관중들을 사로잡는 '개그맨'이 되기도 한다.

흥행 보증수표

안양 KGC 인삼공사의 '터줏대감'허지욱씨는 현직 장내 아나운서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허씨는 봄부터 가을까지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장내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겨울이 오면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활동한다. 그 외에도 기업체 및 대학 등의 각종 축제 사회를 보며 1년 내내 마이크를 잡는다.

허씨는 "농구는 정해진 대본 없이 모든 것이 즉흥적으로 이뤄질뿐더러, 짧은 시간의 작전 타임 동안 이벤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순발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내 아나운서로 활동하다가 여자농구연맹(WKBL) 직원으로 변신한 이장우씨는 "장내 아나운서는 기본적으로 끼가 많은 친구들이다. 보통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하다가 스포츠에 뛰어든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 SK 박수미
서일대학교 레크리에이션과는 장내 아나운서 사관학교로 꼽힌다. 현직 장내 아나운서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이 곳 출신이다. 인기 개그맨 이수근과 최효종, 문세윤, 권진영을 배출한 학과이기도 하다.

김범용씨는 WKBL의 장내 아나운서로 활동하다가 SBS의 공채 개그맨을 데뷔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지금은 KBS N 스포츠에서 배구 리포터로 활약하고 있다. 인천 전자랜드의 함석훈 장내 아나운서는 반대로 MBC 탤런트 출신이다. 1967년생으로 현역 장내 아나운서 가운데 최고령이다.

내가 제일 잘나가!

장내 아나운서들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수요가 적은 만큼 대우는 괜찮은 편이다. 1경기에 보통 40만원 가량을 받는다. 한 달을 기준으로 남자와 여자 두 팀 정도를 맡으면 대략 10경기, 월 수입은 400만원 정도다. 여기에 여름에 야구를 겸하고 각종 행사 MC로도 활약하는 인기 아나운서들은 억대 연봉자다.

이 바닥의 홍일점 박수미 서울 SK 장내 아나운서는 "파워풀한 성량이 필요한 장내 아나운서의 특성상 여자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재능만 있다면 여자들도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2002~2003시즌 전주 KCC에서 이장우씨와 공동 장내 아나운서로 데뷔했다. 서일대학교에서 동덕여대 방송연예과로 편입해 한 때 CF 모델로도 활동했으나 지금은 마음의 고향인 코트로 돌아왔다. 여자프로농구 안산 신한은행과 핸드볼 경기도 겸하는 베테랑이다.

우리도 마스코트

원주 동부의 장내 아나운서 유창근씨는 농구계의 'MC 유'로 불린다. 개그맨 유재석을 닮은 외모에 재치 있는 말솜씨로 농구 팬들을 사로 잡는다. 올시즌 동부의 16연승을 함께 한 유씨는 "팀 성적이 좋으면 당연히 우리도 신이 난다. 몸은 힘들어도 직업의 보람을 느낄 때"라고 밝혔다. 유씨는 2004~2005 안양 SBS 시절에도 15연승을 경험한 적 있다. 실력과 운을 겸비한 장내아나운서다.

농구의 경우 워낙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초보일 때는 실수투성이다. 이장우씨는 "국민 의례를 빼 먹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원정 팀 선수를 소개하지 않거나 감독, 심판 소개 등을 빠트리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고백했다.



성환희기자 hhsu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