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인 2세가 올 시즌 대학농구 코트를 누비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19∙연세대)과 이동엽(19∙고려대)다. 은 '농구 대통령' 허재 KCC 감독의 장남, 이동엽은 삼성생명 감독의 아들이다. 이들은 아버지가 프로팀 감독으로 어린 시절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아버지의 굴레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겨냈다. 농구 명문 연세대와 고려대에 나란히 진학해 한국 농구의 미래로 커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아버지와 같은 가드
(188cm)은 2006년 중학생 때 정식으로 농구를 시작한 늦깎이 선수다. 다른 선수들은 보통 초등학생 시절부터 농구공을 잡는다. 2005년 미국에서 1년간 동생 허훈(용산고)과 농구를 즐기며 흥미를 가졌다. 시작은 늦었지만 발전 속도는 빨랐다. 피는 역시 못 속였다. 포지션은 아버지와 같은 슈팅 가드다.
은 아버지의 존재가 든든하기만 하다. 경기를 마치고 나면 항상 전화 벨이 울린다. 아버지의 전화다. 아들 몰래 유심히 경기를 지켜본 허 감독은 아들의 부족한 점을 일일이 체크한 뒤 지적한다. "드리블 자세가 높다." "쓸데 없는 움직임이 많다." "스텝을 영리하게 써라."
아버지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체육관에 올 때 연락 좀 하고 오세요. 인사도 안하고 그냥 가버리면 섭섭합니다."
이동엽, 이미 완성형 선수
이동엽(192cm)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농구를 시작했다. 농구 센스를 타고 났다. 뛰는 팀 마다 항상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용산중과 광신정산고를 거치며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큰 키에 안정적인 드리블, 코트 비전을 갖춘 장신 가드다. 이미 그는 완성형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감독은 아들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하지 않는다. 기본기와 기량이 뛰어나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챙긴다. 실수를 해도 격려해주고, 조금만 잘 해도 크게 칭찬한다. 그는 지난 21일 아들의 경기를 관전하고 나서 "너도 잘 하고 싶었겠지만 뛰는 걸 보니까 발목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다. 다치지만 말자"며 힘을 실어줬다.
대학코트 '신라이벌'
올 시즌 대학농구리그의 볼 거리가 생겼다. 과 이동엽의 라이벌 구도다. 이들은 영원한 라이벌 대학에 진학해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이게 됐다. 용산중 시절에도 함께 운동할 때부터 라이벌 의식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용산중에서 농구를 하면 용산고로 입학한다. 은 용산고로 간 반면 이동엽은 광신정산고를 택했다. 어느덧 한솥밥을 먹었던 친구에서 '적'이 됐다.
기량만으로 볼 때는 이동엽이 앞서 있다. 이동엽은 2009년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16세 이하)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해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동엽의 맹활약에 대표팀은 2010년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남자농구선수권(17세 이하) 진출을 이끌었다. 이에 반해 은 용산고 2, 3학년에 급속도로 성장하며 대표팀 명단에 뒤늦게 이름을 올렸다.
이동엽은 신입생임에도 고려대의 주전 가드로 활약 중이다. 이민형 고려대 감독은 "지난 시즌 가드진이 약했는데 이동엽의 가세로 안정을 찾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반면 은 식스맨으로 뛰고 있다. 정재근 연세대 감독은 "지금은 이 이동엽을 따라가는 입장이다. 웅이도 이기려는 마음이 강해 훈련을 착실히 하고 있다. 고려대와 경기할 때 일부러 매치업 시켜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onion@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