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 / 연합뉴스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가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들게 하겠다."

2011년 11월10일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포부다. 이 자리에서 황보 위원장은 유소년 축구 육성의 정책으로 8인제 축구리그 정착을 밝혔다. 그리고 지난 16일 ' 비전 2022'를 언급하면서 8인제 유소년 축구의 도입을 선언했다. 8인제 축구의 도입이 한국 축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기술 업그레이드

황보 기술위원장은 8인제 축구로 '기술 축구의 업그레이드'를 자신했다. "세계적인 추세가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술위원회의 기능을 보면 대표팀 이외의 부분은 등한시했다. 지금부터라도 앞으로 100년을 보고 준비해야 한다. 유소년 육성을 위해 8대8 축구리그 정착해야 한다"고 밝혔다.

8인제 축구는 볼 터치와 패스, 슈팅 기회가 많아 어린 선수들이 기술 축구를 익히는 데는 11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황보 위원장은 "8인제 축구는 사실상 포지션 구분 없이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공격과 수비에 가담하기 때문에 공간 활용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한축구협회가 지난해 7월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한 11인제와 8인제 축구의 경기 내용을 비교 분석한 결과, 8인제 축구는 팀당 평균 슈팅 수에서 15-7, 평균 패스 수에서는 106-71로 11인제 축구를 크게 앞섰다.

▲'비전 2022' 핵심

대한축구협회는 8인제 축구의 도입으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우승을 노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 16일 협회는 '비전 2022'라는 이름의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시작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순차적인 계획과 목표를 세웠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의 목표를 동메달로 정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세계 랭킹 20위 이내와 16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삼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세계 랭킹은 15위 이내로 끌어올리고,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게 3단계 계획이다. '비전 2022'의 마지막 단계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국가 최초의 월드컵 우승에 도전한다. 이 시기에 한국의 목표 세계 랭킹은 10위 이내다.

황보 위원장은 "패스와 볼 소유, 공간지각 능력이라는 현대축구의 새 트렌드를 유소년 단계부터 몸으로 익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등 축구 선진국들은 이미 8인제 축구의 효과를 보고 있다"며 8인제 리그 정착이 '비전 2022'의 핵심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선진축구 벤치마킹

세계 랭킹 1위 스페인은 1988년부터 유소년 축구에 8인제를 도입해 어릴 때부터 기술 축구를 익힐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협회도 선진축구 시스템의 벤치마킹으로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따라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8인제 축구는 스페인이나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협회도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12세 이하 8인제 축구 도입을 결정했다.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과 신태용 성남 감독 역시 "축구 선진국에서 일찌감치 활성화된 8인제 축구는 유소년 선수들의 기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8인제 축구는 지난 2010년 1월 한국과 스페인 양국 축구협회의 상호 협력으로 인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협회는 스페인과의 A매치뿐 아니라 기술 지원 및 지도자 교육, 우수선수 육성, 심판 육성, 행정 및 법률지원 등 여러 부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협회는 유소년 지도자 및 선수, 학부모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뒤 구체적인 도입 시기를 결정한다. 이미 8인제 축구는 지난 1월 2012 동계전국유소년클럽대회를 통해 선보였다. 협회는 올 상반기에 8인제 축구 시범리그 및 시범대회를 운영하고, 7월에는 스페인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8인제 축구 도입에 관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부터 일부 대회에 8인제 축구를 도입한다.



김두용기자 enjoyspo@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