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은 서로 달라
윤석민. 이름 석자가 강렬하다. (26)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다. 시속 150km의 직구와 빠른 슬라이더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시즌 투수 부문 4관왕(다승∙삼진∙평균자책점∙승률)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활약은 변함없다. 26일 현재 3차례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45 삼진 33개를 뽑아냈다. 1승은 완투승이다. 24일 박찬호(한화)와 선발 맞대결에서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언제든 치고 올라갈 능력을 갖추고 있다.
두산의 핫코너를 책임지는 내야수 윤석민(27)도 있다. 윤석민은 힘이 좋다. 차세대 거포로 꼽혔다. 지난해 80경기에서 타율 2할8푼7리 4홈런 19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올 시즌 출발은 좋지 않다. 8경기 출전에 타율이 2할에 머물고 있다. 이원석과의 3루 경쟁에서 한발 뒤처졌다. 타자 윤석민을 알리기엔 존재감이 미미하다.
김상현 vs 김상현
두산 투수 김상현(32)이 219일만에 마운드로 돌아왔다. 지난 20일 목동 넥센전에서 공을 힘차게 던졌다.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아직 조심스럽다. 지난해 5월31일 어깨 부상을 당한 이후 10개월 가량 쉬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선수를 아낀다.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면 두산 불펜진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김상현이다.
KIA 내야수 김상현(32)은 또 부상 악몽이 찾아왔다. 재기를 위한 노력이 물거품 됐다. 지난 8일 왼 손바닥 골절로 1군에서 말소됐다. 수술과 재활 기간을 합치면 복귀까지 3, 4개월이 걸린다. 전반기 시즌 아웃이다. 2009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김상현의 위용은 보이지 않는다.
큰 이병규 vs 작은 이병규
LG에는 이병규가 2명이다. 둘 다 포지션이 외야수이고, 왼손 타자다. 그래서 '큰' 이병규(李炳圭∙9번∙38), '작은' 이병규(李柄奎∙7번∙29)로 부른다. 큰 이병규는 LG의 상징이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뛰었던 것만 빼면 줄곧 줄무늬 유니폼만 입었다. 작은 이병규는 2006년에 데뷔했다. 2010년 두각을 나타냈다. 103경기에서 타율 3할 12홈런 53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타율 3할5푼5리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5월1일 SK전, 8월28일 한화전에서 동반 홈런을 터뜨렸다.
동명이인 투수 정대현도 있다. 롯데 정대현(鄭大炫∙34)은 4년간 총액 36억원에 FA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다. 두산 정대현(鄭大鉉∙21)은 불펜 요원으로 활약 중이다. 왼손 투수가 부족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6.1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았다.
이들 말고도 롯데 투수 허준혁(許埈赫∙27)-SK 투수 허준혁(許埈赫∙22), 삼성 내야수 김상수(金相豎∙22)-넥센 투수 김상수(金相洙∙24) 등이 있다.
한편 지난해 4월10일 삼성과 롯데의 경기에서는 진기한 기록이 나왔다. 동명이인 투∙타 맞대결에서 홈런이 나왔다. 삼성 외야수 이영욱(李英旭∙27)이 SK 투수 이영욱(李永旭∙32)을 상대로 홈런포를 날렸다. 한 명은 환호했고, 다른 한 명은 고개를 숙였다.
이름이 같은 선수들, 실력까지 똑같이 수준급이면 좋으련만 수시로 희비가 엇갈리는 곳이 바로 프로 세계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