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모이어 / AP=연합뉴스
美 50세 제이미 모이어
80년 만에 최고령 승리투
39세에 개인최다 20승

日 46세
130㎞대 저속직구
제구력·고속회전으로 극복

韓 41세
40세에 수술… 이 악문 재활
813경기 투수 최다출전

지난달 19일 청주 한화-LG전.

1-0으로 앞선 9회 등판한 LG (41)은 9회말 장성호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했지만 연장 10회 팀이 2-1로 승리를 거두며 행운의 구원승을 차지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아무도 예상 못했던 프로야구 최고령 투수 이 다승 공동 선두(3승)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야마모토 마사
이보다 나흘 앞선 15일에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새 역사가 쓰여졌다. 주니치의 왼손 투수 (47)가 한신과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만 46세 8개월 4일의 나이로 선발승을 따 낸 야마모토는 1948년 한큐 브레이브스의 전설적인 투수 하마자키 신지(46세8개월)을 넘어 64년 만에 일본 역대 최고령 선발승 기록을 다시 썼다. 또 통산 211승에 성공하며 주니치 역대 최다승 공동 1위에 올라섰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4경기에 등판해 1승만 올리고 있지만 지난 1일 현재 평균자책점이 0.69로 당당히 센트럴리그 1위에 올라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야마모토보다도 세살이 많은 제이미 모이어(50ㆍ콜로라도)가 있다. '할아버지 투수'로 불리는 모이어는 지난달 18일 미국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가 7이닝을 6안타 2실점(비자책)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로 만 49세 150일이 된 모이어는 1932년 9월13일 당시 브루클린 다저스의 잭 퀸이 만 49세 70일에 세운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을 80년 만에 경신했다. 통산 268승째를 기록하며 역대 35위로 올라선 그는 현역 중 최다승 투수이기도 하다.

'환갑 잔치'를 벌이고 있는 한미일 최고령 투수들의 릴레이 호투는 세계 야구계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은 2010년 불혹의 나이에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구단을 포함한 주변의 지인들이 은퇴를 권유했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2010년 5월23일 마지막으로 잠실구장에 선 뒤 그 해 9월 왼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은 시즌 종료 후 방출을 자청했다. 자비를 들여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1년 반이 넘도록 재활에만 매달렸고, 기어이 플레잉코치로 올 시즌 LG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김기태 감독이 보는 앞에서 두 차례의 재입단 테스트를 받은 끝에 거머쥔 기회였다.

그리고 시즌 개막부터 야구 인생의 드라마틱한 반전을 맞았다. 지난달 8일 대구 삼성전에서 960일 만의 승리투수로 재기를 알렸고, 13일 잠실 KIA전에서 조웅천(SK 투수코치)의 813경기를 넘어 투수 통산 최다 경기 출전(814경기)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가 40세에 수술을, 41세에 재활을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류택현
"이제 야구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포기할 수 없었다."

갈비뼈 부상으로 잠시 2군에 내려가 있지만, 1년의 싸움을 버틴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야마모토는 올시즌 시속 130㎞ 대의 '저속 직구'로 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26년째 1군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야마모토는 통산 3214.1이닝을 던지면서 821개의 볼넷 밖에 내주지 않을 정도로 제구력의 '달인'이다. 특히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에 꽂히는 야마모토의 직구는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또 하나의 비결은 직구의 회전 수다. 2006년 일본 방송채널 BS-i가 일본 투수들의 직구 회전수를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 조사한 결과, 150㎞를 던지는 후지카와 규지(한신)와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가 각각 45회, 41회를 기록한 반면 야마모토는 52번이나 회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직구의 회전 수가 많다는 것은 초속과 종속의 차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1984년 데뷔한 모이어 역시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요리한다. 그는 30대 후반부터 전성기를 누렸다. 처음으로 한 시즌 20승을 올린 때는 39세인 2001년이었다. 20대에 올린 승리는 34승인 반면 40세 이후에 거둔 승수는 117승이나 된다. 지난 해 팔꿈치 부상 때문에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리고도 올 시즌 콜로라도의 2선발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불굴의 의지로 상식과 통념을 깨고 마운드에 우뚝 서 있는 한미일 '전설'들의 1구, 1구는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성환희기자 hhsu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