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골프 비법은?지인과 내기시합 하면 이길 확률 80% 정도오랜시간 축구를 한 덕에 일반인보다 감각 좋은 듯

"쉿, 양용은에게 드라이버 받았다"

축구 국가대표팀 조광래 전 감독은 양용은에게서 선물로 받은 드라이버를 비밀병기로 손꼽았다. 조 전 감독은 골프 구력 20년에 2언더파까지 기록해 축구계에서 소문난 골퍼다.

그는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 만화가 허영만, 권투선수 홍수환과 골프를 친 적이 있다. 이때 그는 양용은의 예의 바른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스타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겸손한 양용은에게 호감을 느꼈다. 이후 양용은에게서 선물로 받은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버를 애용한다.

"허영만씨와 홍수환씨는 내가 드라이버를 선물로 받은 것을 모른다. 한참 후 선물을 보내왔다. 어쩌면 양 프로가 세 사람 모두에게 선물을 보냈을 수도 있다. 그의 성격을 보면 모두에게 보내지 않았을까 예상된다. 만약 나만 받았다면 이번에 들통 날 것 같다."

양용은과의 에피소드를 묻자 "이승철을 질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수 이승철은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마스터스 대회를 앞두고 파3 콘테스트에서 양용은의 캐디로 나섰다. 조 전 감독은 "이승철이 양용은과 친하기 때문에 캐디로 나섰다고 들었다. 나도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자리에 불러줄 정도는 아니었나 보다. 다음에 불러준다면 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며 웃었다.

그는 지인과 골프장에서 내기를 하면 돈을 딸 확률이 80% 정도라며 돈을 다면 나중에 모두 돌려준다고 했다.

"받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끝까지 돌려주고 만다. 하지만 내가 돈을 잃으면 절대 받지 않는다. 오랜 시간 운동(축구)을 해왔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운동 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자존심 때문에 돌려받지는 못한다."

지난해 12월 대표팀 감독에서 쫓겨난 뒤 두문불출했던 그는 경질됐던 당시를 회상하며 "부상과 경고 누적이라는 악재가 겹쳐 베스트11로 팀을 꾸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협회가 총체적인 난국을 함께 풀어갈 생각 없이 감독 경질이라는 결과만 도출했다. 서로 협의했더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그런 과정이 생략됐다"고 말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시간이 지난 후 "준비를 좀 더 잘 하고, 더 멀리 내다봤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으로 자신을 질책하지만 무언가 마음 깊이 가시처럼 박힌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뼈있는 말로 축구계에 쓴 소리를 쏟아냈다.

"우리나라 축구협회를 보면 정치 축구인이 아주 많다. 우리나라 축구가 발전하려면 구태에 찌든 정치 축구인들이 물러나야 한다. 특히 부회장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아름다운 퇴진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 축구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전임 대표팀 감독이자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축구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행정적, 기술적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사실 대표팀 감독 시절 그의 행보는 남달랐다. 자신의 판단대로 주관을 펼쳤고, 외압에 철저히 대응했다. 특히 대표팀 구성에 있어 협회의 선수 발탁 외압과 맞서는 등 소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는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졌지만 그의 이러한 소신을 지지한 축구팬이 많았다.

후임 감독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도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소신을 믿는 것이다. 선수 구성과 전략에 있어 소신대로 작품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국내파와 해외파의 조화를 통해 최고의 팀을 만들고 국민의 성원에 보답했으면 좋겠다."



류시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