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2012)
영화 '백설공주'로 색다른 연기를 선보인 배우 줄리아 로버츠. 연기경력 31년, 총 60개 작품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캐릭터 옷을 갈아 입었다. 영화 '더 노멀 하트''세컨드 액트' 등 2014년 출연작까지 결정돼 '할리우드 넘버 원 액터' 임도 입증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짚었다.

첫 악역 도전… 썩소 연기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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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첫 번째 악역 도전이란 소개가 단연 화제다. 미(美)에 대한 욕심에 눈이 먼 왕비 역을 맡았다. 독이 든 사과를 간파하고 왕비의 못된 행태를 꼬집는 백설공주의 반전만큼 왕비도 매력적인 인물이다. 100번을 물어도 백설공주가 예쁘다는 거울을 깨부수는 대신 "네가 뭘 몰라서 그런단다"라며 썩은 미소를 날리는 시크함이 포인트. 특유의 영국식 발음과 액센트가 듣는 맛을 살린다.

'섹스 앤 더 시티' 잊게 한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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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의 로망이었던 '섹스 앤 더 시티'의 뉴요커 캐리는 이 작품으로 잊혀졌다. 뉴욕보다 한가롭고 세련된 맨해튼의 리즈가 주인공. 누가 봐도 완벽한 스펙을 가진 리즈는 삶에 회의를 느끼고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이탈리아에서 신나게 먹었고 인도에서 뜨겁게 기도했고 발리에서 자유롭게 사랑했다. 바쁜 21세기 사회에서 기계처럼 일하는 여성 직장인들이 한 번쯤 꿈꾸는 일탈이 아니던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
비중 낮았지만 강력한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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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중에서도 첫눈에 반한 사랑이 주는 판타지의 힘은 크다. 금발이 늘씬한 포토그래퍼 안나 역으로 오랜 연인 래리(오웬)과 운명처럼 만난 댄(로)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표현했다.

미국의 대중지 피플은 "그를 보며 캐릭터의 비중과 임팩트는 비례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며 "주연작품 중 가장 비중이 낮았지만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제2의 죽은 시인의 사회'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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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첫 여자대학교가 설립된 때를 배경으로 한 '모나리자 스마일'. 로버츠는 대학교 미술 교수 왓슨 역을 맡았다. 그는 이 영화로 지난 1989년 개봉된 '죽은 시인의 사회'의 로빈 윌리암스와 비교되는 행운도 안았다. 깨어있는 사고 방식의 왓슨은 영국 명문대 웨슬리의 보수적인 학생들과 부딪힌다. 정물화 같던 학생들에게 추상화의 생동감을 불어 넣는 과정으로 감동을 안겼다.

클로저(2004)
"흥행 참패했지만 내 삶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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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도가니'가 있다면 미국엔 '에린 브로코비치'가 있었다. 거대기업을 상대로 한 미국 역사상 최대의 법적 분쟁을 다룬 작품으로 실제 사건에 바탕을 뒀다. '아마추어 환경 변호사' 에린으로 분해 공장의 유해물질로 주민을 병들게 한 대기업 PG&E를 고발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흥행 참패를 맛봤지만 쓰지만은 않았다고. 로버츠는 피플과의 과거 인터뷰에서 "이 작품으로 내 삶 자체가 바뀌었다"며 "세상을 보는 눈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관객 마음 흔든 휴 그랜트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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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와 평범한 남자의 사랑. '노팅힐'은 1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꼽힌다. 자유롭지 못한 일상에 질린 여배우 안나 스콧과 오래된 책 냄새 풍기는 영국의 작은 서점 주인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의 사랑은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특유의 '빅(big) 미소'를 지은 로버츠가 OST '쉬(She)'를 배경으로 등장한 장면은 단연 최고였다. 이후 '런어웨이 브라이드'까지 흥행 성공을 이끌며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모나리자 스마일(2003)
에린 브로코비치(2000)
노팅힐(1999)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