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무게 경시 성급한 시도, 에닝요 특별귀화 여론 수렴 없어 특혜 논란도

한국축구가 '에닝요(전북 현대)의 특별 귀화' 문제로 시끄럽다. 다민족이 한 국가에서 뛰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하면 외국인 선수의 귀화는 분명 이전보다 거부감이 덜하다. 그러나 "지금이 특별 귀화의 적기"라는 대한축구협회의 논리에 대해서는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에닝요 특별 귀화 논란의 쟁점들을 짚어봤다.

대한축구협회의 성급한 시도

지난 3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조 추첨이 끝난 뒤 에닝요와 라돈치치(수원)의 특별 귀화가 추진됐다. 최강희 감독의 요청과 협회 수뇌부의 승인만으로 전례가 없던 특별 귀화가 남몰래 진행됐다. 에닝요와 라돈치치의 특별 귀화는 대표팀 발탁을 염두에 둔 조치라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협회는 대표팀 선발을 논의하는 기술위원회를 철저히 배제했다. 최 감독, 황보관 협회 기술위원장, 조중연 협회장 등 소수만이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데 머리를 맞댔다.

대한축구협회는 "경기력 강화에 필요하다"며 용병 영입식으로 접근해 반발을 샀다. 대한체육회는 "순수 외국인 선수의 특별 귀화는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에닝요의 특별 귀화를 법무부에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특별 귀화에 이은 복수국적 신청은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는 일반(완전) 귀화와 달리 엄청난 특혜를 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사안을 무겁게 다뤘다. 그렇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부상 등으로 마땅한 측면 미드필더 자원이 없다는 근시안적인 판단으로 성급하게 특별 귀화를 추진했다. 태극마크의 무게를 스스로 가볍게 여긴 셈이다.

말로만 국민 정서 고려

황보 위원장과 최 감독은 A대표팀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얼굴이기 때문에 국민의 정서를 고려할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박주영의 병역 논란'도 그렇고 이번 특별 귀화 사안에서도 국민의 정서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에닝요의 사안은 한국축구 사상 최초의 특별 귀화로 역사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협회는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탁상 행정'을 일삼았다.

2010년 5월 국적법이 개정된 이래 체육 분야에서는 문태종(전자랜드), 문태영(모비스), 김한별(삼성생명ㆍ이상 농구), 공상정(쇼트트랙)이 특별 귀화로 복수국적 자격을 얻었다. 문태종, 문태영, 김한별은 혼혈이고, 화교 3세인 공상정은 어릴 때부터 한국에 거주해 한국어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에닝요는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진다. 대한체육회는 한국 문화의 적응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복수국적 특혜자로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심한 브라질 월드컵 겨낭 전략

한국은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노리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A조에 편성된 한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 레바논, 카타르와 묶였다. 6월9일 카타르와 1차전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들어간다. 최 감독은 부상에서 막 복귀한 이청용(볼턴)을 1, 2차전에 소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간을 충분히 준 뒤 대표팀에 복귀시킨다는 계획이다. 최 감독은 이청용이 빠지자 1, 2차전에 활용할 측면 공격 요원으로 에닝요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청용의 합류 후에는 에닝요의 자리가 마땅치 않다. 이청용과 에닝요의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시용'으로 에닝요를 택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에닝요를 최종예선에서 두루 활용한다고 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젊은 피' 손흥민(함부르크)과 남태희(레퀴야SC)에 비해 에닝요의 기량이 월등히 앞선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최 감독은 "에닝요가 없더라도 대표팀은 큰 차이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스스로 특별 귀화의 모순에 대해 인정했다.

게다가 에닝요는 31세의 노장이다. 브라질 월드컵이면 33세로 전성기가 지나게 된다. 에닝요가 브라질 출신이라 홈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자신감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손흥민과 남태희 같은 신예들을 키우는 것과 노장 에닝요를 무리하게 끌어들이는 것 중 어느 쪽이 한국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2020년에 세계 10위 진입을 목표로 내세운 협회의 이번 에닝요 특별 귀화 추진은 한심한 전략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김두용기자 enjoyspo@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