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이들은 또 누구니?"

자녀들과 음악프로그램을 본 부모들만의 궁금증은 아니다. 요즘은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생소한 얼굴이 있을 만큼 많은 아이돌그룹이 있다. 그래서 질문의 답은 더욱 중요해진다. "OOO이야"라고 했을 때 단번에 인식될 수 있는 이름을 지어야 한다. 신화 속 영웅부터 흔히 쓰는 영어 단어까지, 아이돌그룹의 작명백태를 모았다.

#쉬우니까 친숙하다!
사전속 단어

의미전달은 분명할수록 좋은 법이다. 신조어보다는 사전에 등재된 단어, 멋스러운 표현보다는 잘 알려진 뜻을 담은 팀명이 눈에 띄는 이유다.

인피니트와 보이프렌드가 대표적이다. 인피니트는 '무한대'를 뜻을 가진 인피니트(Infinite)에서 이름을 땄다. 멤버 개개인의 매력이나 실력 등 모든 것을 포괄해 가요계에서 무한정 뻗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남자친구란 뜻의 보이프렌드. 하늘에 뜬 스타가 아닌 내 옆에 둘 수 있는 남자친구란 느낌은 친숙함을 준다. 남성미를 강조하는 음악보다 부드러운 매력을 발산하는 이들의 음악적 특색도 팀명과 맥을 함께 한다.

#알고 부르면 또 다르다!
약어

팀명은 팀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때문에 담고 싶은 의미도 많다. 이러한 경우 팀명은 대게 약어로 지어진다. 그냥 보기엔 멋진 영어 이름 같지만 담긴 뜻을 살펴보면 각각의 음악적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비에피(B.A.P)는 베스트(Best), 엡솔루트(Absolute), 퍼펙트(Perfect)의 앞 글자를 조합했다. 각각 최고의, 절대적인, 완벽한의 뜻을 가졌다. 정상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엠블랙(MBLAQ)도 '뮤직 보이스 라이브 인 엡솔루트 퀄리티(Music Voice Live in Absolute Quality)'의 약어다. 스스로를 '절대적인 자질로 노래하는 소년들'에 비유했다. 퍼포먼스뿐 아니라 가창력까지 자랑하는 아이돌가수임을 어필했다.

성시경ㆍ박효신 소속사에서 내놓는 신인 그룹 빅스(VIXX)는 보이스(Voice)ㆍ비주얼(Visual) 등을 상징하는 브이(V)로 시작되며 궁극의 최고를 뜻하는 밸류 인 엑셀시스(Value in Exelsis)의 약자이다.

#나만의 특별함을 어필한다!
新대명사

비스트는 야수를 뜻하는 'Beast'와 이름이 같다. 사전적 의미에 더해 그룹만의 가치도 불어넣었다. 비스트는 '보이즈 오브 이스트 스탠딩 톨(Boys of EAst Standing Tall)'의 약어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소년들, 정상에 우뚝 서라'는 포부가 들어갔다.

비스트의 작명 과정은 아이돌그룹 1세대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H.O.T와 닮아 눈길을 끈다. 보기엔 뜨겁다는 뜻의 Hot(핫)이지만 사실은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Hi-five Of Teenager)'의 약어였다.

헬로비너스 뉴이스트도 비슷한 맥락이다. 기존에 있던 단어들을 조합해 새로운 대명사로 거듭났다. '안녕'이라는 인사 표현인 헬로(Hello)와 신화 속 여신을 뜻하는 비너스(Venus)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팬들 곁에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뉴이스트는 새로움의 뉴(New)와 동쪽의 이스트(East)에서 팀명을 땄다. 동시에 '뉴 이스태플리시 스타일 템포(New Establish Style Tempo)'란 뜻으로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음악적 가치관을 넣었다.

#스토리텔링으로 각인시킨다
유래

생소한 이름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생소한 이름 속에는 신비로운 느낌을주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각각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 중인 엑소케이(EXO-K)와 엑소엠(EXO-M). 태양계의 외행성을 뜻하는 엑소플래닛(Exoplanet)에서 엑소만 차용했다. 태양계의 외행성은 미지의 세계를 의미한다. 그 동안 가요계에 없던 새로운 스타가 미지의 세계에서 왔다는 독특한 이야기를 담았다. 타이틀곡 '마마(MAMA)' 뮤직비디오가 그룹의 탄생을 전래동화처럼 들려주는 식으로 시작된 계기이기도 하다.

에이젝스는 그리스신화의 한 부분을 품었다. 에이젝스의 영문표기법인 Ajax는 본래 아약스로 읽힌다. 영웅 아이아스에서 유래된 말로 아킬레우스와 함께 트로이전쟁의 영웅으로 꼽힌다. 그가 죽은 후 피에서 히아신스라는 꽃이 피었다는 전설을 남긴 신비로운 인물이다. 용기와 승부를 뜻하는 히아신스와 그를 상징하는 신화 속 아이아스가 2012년 에이젝스로 재탄생한 셈이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