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계 빛낸 어머니들

홍진주(왼쪽) 윤명희
"롤러코스터 선수생활 인생에 약 될 것"
'얼짱' 홍진주 母윤영희씨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 딸에게 어머니는 안식처이자 끝 없는 사랑이다. "어머니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말하는 기특한 딸과 모든 공을 딸에게 돌리는 어머니. 한국 여자 골프계를 빛낸 딸과 그의 버팀목인 어머니를 만났다.

"소울 메이트 같은 딸이 있어 든든해요."

얼짱 골퍼로 유명한 홍진주(29)의 어머니 윤영희(56)씨는 여장부다. 아픈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며 하나밖에 없는 딸을 골프스타로 키웠다. 어머니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에 매달린 탓에 딸은 어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다.

"진주 아버지가 병상에 눕고 집안의 가장이 됐지만 우린 한 번도 절망하지 않았어요."

김자영(오른쪽) 김희선
어머니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병석에 누운 남편과 어린 딸을 보살폈다. 홍진주는 어릴 때부터 가장 노릇을 하는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윤씨는 "엄마가 걱정할까 봐 딸아이가 너무 일찍 철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혼자 친구네 차를 타고 시합장을 오갔던 어린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어머니 윤씨는 "옆에서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도 진주는 늘 밝은 모습으로 자라준 참 고마운 딸이다"고 말한다. 최고의 얼짱 골퍼로, LPGA 대회 우승을 하며 신데렐라로 급부상했던 딸이 슬럼프를 겪을 때도 항상 어머니는 한결 같이 옆에 있었다.

드라마틱했던(?) 딸의 선수생활에 대해 "인생에는 약이 될 거라고 믿는다"는 윤씨의 말에서 홍진주의 악바리 정신은 어머니에게 배운 것이 아닐까 짐작이 갔다. 그리고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에게 한 마디 부탁하자 "아이의 의지가 중요해요. 부모의 욕심대로 자녀가 자라지는 않잖아요. 끊임없이 아이와 이야기하며 함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모녀는 일찍이 독립적일 수밖에 없었어요. 힘들 때 내게 가장 의지가 된 사람이자 친구 같은 딸이 진주예요."

언제나 딸이 선택한 길에 힘을 실어주는 어머니와 "세상에서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 바로 엄마"라고 말하는 딸. 이 두 사람은 누가 뭐래도 소울 메이트였다.

"수영으로 인내심 함양… 아빠는 주치의"
'야무진' 김자영 母김희선씨

"똑 부러진 우리 딸, 언제나 자랑스럽죠."

가녀린 몸매와 청순한 얼굴, 삼촌 팬들의 우상인 김자영(21)의 미모는 어머니 김희선(47)씨를 닮았다. 김자영은 새침데기보다 털털한 여대생 같았고, 나이는 어려도 행동은 무척 성숙했다. 어릴 때부터 딸의 야무진 성격과 강한 승부욕을 유심히 살펴본 아버지가 골프를 권유했다. 아버지는 "늘 자립적인 아이로 키우고자 어릴 때부터 무슨 일을 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책임지는 습관을 길러줬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수영선수 생활을 했던 김자영은 또래 선수들 사이에서도 묵묵한 아이로 통한다. 사실 부모님이 내심 딸아이를 골프선수로 키우기 위해 일찍부터 인내심이 필요한 수영을 시켰다고 한다. 또 한의사인 아버지는 힘든 운동을 하는 딸아이를 위해 보약은 물론이요 퇴근하고 돌아오면 직접 마사지까지 해줬다.

"운동선수로 딸이 진로를 정했을 때부터 독한(?) 엄마가 되려고 했어요. 재능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고 해낼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0.01초를 줄이기 위해 레인을 수백 번을 오가는 것이 수영이에요. 웬만한 끈기 없이는 어린 아이들이 해낼 수가 없어요. 그때마다 힘든 과정은 더 좋아지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얘기해줬죠. 그 덕에 지금도 자영이는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아요."

야무진 김자영의 뒤에는 준비된 부모가 있었다.



류화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