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낮은 시청률 부담

"저는 앞으로 새로운 방송환경과 시청자들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연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방송인 주병진이 한 발 물러섰다. 13년 만에 복귀로 화제를 모은 MBC 예능프로그램 '주병진의 토크콘서트'(연출 박지아ㆍ이하 주토콘)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주병진의 자진하차 때문이다.

주병진은 지난 21일 '주토콘'의 제작을 맡은 코엔을 통해 보도자료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 동안 아껴준 시청자 여러분께 고맙다"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날 믿어준 제작진과 사랑해준 시청자에게 깊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주병진의 '한발 후퇴'를 놀랍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주토콘'의 시청률이 워낙 낮았다. MBC가 노동조합의 총파업에 제작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 아니었다면 진작이 폐지됐을 거란 이야기까지 나왔다.

게다가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그만의 진행방식이 2012년의 예능판도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왕왕 제기됐다. "좀 더 배우고 연구하겠다"는 주병진의 각오에서도 이러한 배경이 엿보인다.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주토콘'은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개선 의지를 보였다. 주병진이 그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은 '주토콘' 관계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배경이다.

주병진은 '주토콘' 첫 방송에 앞서 전체적인 콘셉트와 코너회의, 출연진 섭외 등 모든 제작 과정에 적극 임했다. 방송 초기 '주토콘'의 책임프로듀서(CP)직을 맡은 MBC 예능국 권석 부장은 스포츠한국에 "매일 마라톤 회의가 진행됐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며 "오랜만에 복귀에 스스로 예능 적응을 위한 노력도 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토콘'의 폐인 요인을 주병진에게만 돌릴 수 없다고 지적한다. '명불허전' 주병진을 '시대착오' 주병진으로 잘못 요리한 제작진의 탓도 있다는 의미다.

'주토콘'은 '붉은 소파' '핫피플' '시크릿'에 '배워봅시다'까지 방송 후 신설된 코너만 4개였다. 진행 방식도 변화를 거듭했다. 단독 진행에서 MBC 최현정 아나운서와 '투톱체제'로 변경됐지만 이내 주병진 변경됐다. 이후 코너 신설과 함께 이병진 김태현 장동민 김새롬 사유리 등이 나오고 들어가길 반복했다.

최근에는 주병진과 한때 최고의 콤비로 호흡을 맞춘 방송인 노사연의 합류로 기대를 모았다. 주병진의 자진하차로 그 효과를 입증하기도 전에 빛을 잃은 셈이다. 제작진은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방향키를 단단히 쥐지 못하고 6개월 내내 방황한 모양새가 됐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