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이 다른 EPL 망나니 조이 바튼테베스·아게로 폭행 12경기 출전정지 중징계2004년부터 악면 높지만 미드필더로서 뛰어난 재능선수생활 이어가는 버팀목

퀸스파크 레인저스의 바튼(오른쪽)이 지난 10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2011~1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에서 테베스(왼쪽), 아게로(가운데)와 거친 말싸움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국내외를 막론하고 축구에는 이른바 '악동'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은 많이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불 같은 성미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끊임 없이 사고를 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조이 바튼(30ㆍ퀸스파크 레인저스)의 경우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역대급' 악동이다.

그는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3분의 1을 날려 버렸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24일(한국시간) 바튼에게 다음 시즌 12경기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라운드에서 폭력을 휘두른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바튼은 지난 10일 맨체스터 이티하드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의 2011~12 EPL 38라운드 최종전(2-3)에서 카를로스 테베스를 팔꿈치로 가격하고 세르히오 아게로를 무릎으로 찍어 퇴장을 당했다. FA는 바튼이 고의적으로 폭력을 휘둘렀다고 보고 퇴장에 따른 4경기 출전 정지에 추가로 8경기 출전 금지라는 철퇴를 내렸다. 바튼으로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당시 퇴장을 당하며 뱅상 콤파니를 머리로 들어 받은 행위는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콤파니에 대한 가격 혐의까지 인정됐다면 바튼은 시즌의 절반을 날려 버릴 수도 있었다.

2003년 맨체스터 시티 유니폼을 입고 EPL에 데뷔한지도 10년에 가까워진다. 강산이 변할 세월이 흘렀지만 바튼의 악동 기질은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바튼의 악동 이력 하이라이트를 소개했다. 항명과 폭력, 징계, 벌금으로 얼룩진 과거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 독특하다.

바튼의 악명은 2004년 맨체스터 시티 시절부터 높아졌다. 2004년 사우스햄턴과의 EPL경기에서 자신이 선발 출전 명단에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경기장을 떠나 물의를 일으켰다. 같은 해 7월에는 동캐스터와의 프리 시즌 친선 경기에서 집단 패싸움을 촉발시켜 케빈 키건 감독의 분노를 샀다. 키건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축구를 하던지 아니면 사라지라"고 경고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는 팀 동료 마이크 탠디의 눈을 담뱃불로 지지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일으켰다. 팀은 바튼의 급료를 6주간 압수했고 탠디는 민사소송을 통해 6만 5,000파운드를 변상 받았다.

바튼의 무자비함은 2005년 7월 태국 방콕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다. 15살짜리 에버턴 팬을 공격해 귀가조치를 당함과 동시에 8주간의 급여를 몰수 당했다. 이 정도로 사고를 쳤으면 자제력을 발휘할 법도 하지만 바튼의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2006년 12월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원정 경기에서 그는 관중석을 향해 바지를 내리는 기행을 펼쳤다. 2007년 5월에는 팀 훈련 도중 동료 오스만 다보를 폭행해 병원으로 후송시켰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며 감옥행은 면했지만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12경기 출전 정지에 처해졌다.

바튼은 결국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이적했지만 여전히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2007년 12월 고향 리버풀에서 술에 만취해 싸움을 벌였고 결국 폭행 혐의로 2008년 5월 수감돼 6개월간 복역했다. 그는 형을 마친 후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데는 형무소 생활이 안성맞춤이다"라는 뻔뻔한 소감을 밝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실형을 산 후에도 주먹이 앞서는 버릇은 여전했다. 2010년 12월 블랙번과의 홈 경기에서 모르텐 페레르센에 펀치를 날려 물의를 빚었다.

퀸스파크 레인저스는 지난해 8월 바튼을 영입하고 주장 완장까지 채우는 결단을 내렸다.얌전해지나 싶더니 급기야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사고를 치고 말았다.

상대와 동료를 가리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는 바튼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이유는 선수로서 재능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2006~07 시즌 맨시티에서 38경기에서 출전 7골을 터트렸고 2007년에는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선발될 정도로 미드필더로서 만만찮은 재능을 지녔다. '움직이는 화약고'같은 그가 선수 생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배경이다. 2011~12 시즌에도 26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벼랑 끝 외줄타기 같은 바튼의 선수생활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정민기자 goavs@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