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은 일본, 장래를 보면 한국

한일여자프로골프 투어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대원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여고생 골퍼 김효주(17)다.

지난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 오픈에서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김효주는 지난 10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에선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과 일본의 골프 팬들은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김효주의 향후 진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건은 일본

일본에서는 아마추어나 JLPGA 투어 멤버가 아닌 선수들이 우승할 경우 4주 이내에 선수 등록을 해야 한다. 이럴 경우 1년 동안 전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토너먼트 플레이어' 자격을 준다. 한 시즌을 뛰면서 성적만 꾸준하게 유지한다면 다음 해도 1부 투어에서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김효주는 JLPGA 투어에서 바로 뛸 수 없다. 시드권을 부여하기 위한 나이 제한에 걸리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만 18세가 돼야 프로에 전향할 수 있다. JLPGA 투어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어 김효주가 다음달 6일까지 선수 등록을 마치면 나이 제한 완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효주는 JLPGA 이사회에서 나이 제한을 풀면 곧바로 1년 동안 일본 투어 출전권을 얻게 된다. JLPGA 투어는 대회 흥행을 위해 김효주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고생 골퍼 김효주와 아버지 김창호씨
김효주는 롯데마트 여자 오픈 우승으로 KLPGA 투어 정회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1부 투어에 데뷔하기 위해서는 시드전을 치러야 한다. 만일 선수층이 두터운 KLPGA 투어에서 시드전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2부 투어에서 뛰어야 한다. 또 한국에서 프로로 전향할 경우 2년 동안 해외 투어에 나갈 수 없다는 조항도 준수해야 한다.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KLPGA 투어는 국내 유망주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시드전 면제나 2년 동안 국내 투어 활동 의무 조항을 변경할 여지가 생겼다.

▲장래를 보면 한국

김효주는 JLPGA 투어에서 우승하기 전 오는 9월 터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위를 선양한 뒤 프로가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김효주는 JLPGA 투어 선수 등록을 할 경우 국가대표를 반납해야 한다. 아마추어 자격을 상실해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수 없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대한골프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던 김효주가 KLPGA 투어가 아닌 일본에서 데뷔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국내 골프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김효주는 벌써부터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보다 국내에서 뛰는 것이 스폰서를 구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JLPGA 투어에선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휩쓸고 있지만 노출 빈도가 떨어져 많은 선수들이 후원 기업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효주측은 "아직 거취를 결정하지 못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Q(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JLPGA 투어 선수 등록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