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사포랩·예측불허 퍼포먼스 화제

힙합그룹 리듬파워는 힙합레이블 아메바컬처에서 내놓은 세 번째 팀이다. 앞서 공개된 다이나믹듀오 보다 흥겹고 슈프림팀 보다 기발하다. 대책 없는 자신감은 이들만의 전매특허. 26세 동갑내기로 고교 동창생인 보이비ㆍ지구인ㆍ행주 등이 2년간 언더그라운드에서 잔뼈를 키워 최근 미니앨범'누구 하나 빠짐없이 잘생겼다'를 발표했다.

"고교 시절 아폴로 눈병에 걸려서 반 친구들과 격리됐어요. 그 때 나눈 음악 얘기로 친해져서 매일 어울려 다녔어요. 생김새도 다르고 관심분야도 달랐지만 음악만으로는 밤새는 줄 몰랐어요."(지구인)

눈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리고 음악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다. 지구인(서강대 신문방송 전공)은 방송사 PD가 됐을 것이고 행주(용인대 유도 전공)는 국가대표 선수가 됐을 법하다. 보이비(중앙대 정보시스템 전공)는 보안업체에 다니고 있지 않았을까? "대학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면허증 같은 존재였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인천 토박이인 리듬파워는 2006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그룹 방사능으로 활동했다. 이른바 '서울 상륙작전'이 시작된 것. 속사포같은 랩과 예측불허의 퍼포먼스 등이 관심을 끌며 금세 주목도를 높였다.

"다이나믹듀오 선배의 추천으로 지금 회사에 들어왔는데 예전과 달라진 것은 없어요. 거리에서 노래하고 전단도 돌리죠. 주변에선 힘들다고 말리기도 하는데 우린 신경 안 써요. 재미있으면 그냥 하는 거죠."(보이비)

명랑 만화 캐릭터가 연상되는 멤버들. 이들의 노래에는 거친 가사와 어려운 리듬이 없다. 대신 의외의 캐릭터와 짓궂은 반전으로 가득하다. 타이틀 곡 '사나이'는 세상살이에 지친 어른을 위한 응원가다. 1990년대 댄스 풍을 오마주한 듯한 레트로 리듬이 흥겹고 치기 어린 청춘들이 쏟아놓는 구수한 가사는 정겹다. 툭툭 던지듯 밝힌 포부도 예사롭지 않다.

"지금은 적응기 같아요. 공부하듯 주변을 관찰하고 또 연구하죠. 주저하거나 눈치보지는 않아요. 늘 그랬듯이 뻔하지 않고 뒤통수 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우리가 아니면 못하는 그런 음악이요."(행주)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