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째를 맞은 '아시아 송 페스티벌(Asia Song Festival)'(이하 아송페)이 지난 5일 전라남도 여수엑스포 특설무대에서 막을 내렸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의 가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아송페'는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KOFICE)이 주최하는 연례행사다.

올해 '아송페'는 35도를 웃도는 뙤약볕 날씨에도 여수세계박람회와 맞물려 5만여 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공연 당일 KOFICE 관계자들은 하루 전부터 줄 지은 국내외 팬들에게 수백 통의 얼음물을 나르느라 바빴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띈 사람은 KOFICE의 김경희 사무국장이었다. 엔터테인먼트 기자에서 편집국장까지 역임한 그는 3년째 '아송페'의 수장으로서 한류의 최전선을 뛰고 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아송페'를 찾은 관람객들을 볼 때마다 문화교류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된다"는 김경희 사무국장. 그에게 '아송페'와 한류의 시너지에 대해 물었다.

"드라마 한류에 K-POP 열풍까지, 우리가 받고 있는 사랑만큼 베풀 줄도 알아야 해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타 문화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소극적인 면이 있거든요. '한'류가 강해지려면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인 K-POP 열풍 트렌드에 '아송페'가 갖는 의미는 교류의 목적과 맞닿아있다. 국내 걸그룹의 선전을 보며 꿈을 키웠다는 싱가포르 신예들이 한국 팬들 앞에서 무대를 꾸미는 일, 일본의 유명 드라마 OST를 부른 밴드가 이들만의 색깔을 뽐내는 시간은 궁극적으로 한류를 건강하게 하는 계기라는 것. 대중이 우월주의가 아닌 배타적인 자세로 문화를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자리가 '아송페'라는 뜻이다.

"문화교류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정작 다양한 문화를 알려주는 곳은 많지 않죠. '아송페'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문화예요. 우리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의미가 크고요. '한국에서 우리나라 인기가수의 공연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는 외국인거주자들의 말을 듣는데 그 마음이 곧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거든요."

김경희 사무국장이 이번 '아송페'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라인업이었다. 이번 '아송페'에서는 가수 김현중과 에일리, 그룹 제국의아이들과 비원에이포, 걸그룹 씨스타와 KBS 2TV '개그콘서트'의 용감한녀석들 팀 등이 무대에 올랐다. 요즘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팀들이지만 '스타'로만 꾸렸다고 보기엔 아쉬운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라인업에 대한 욕심은 버렸어요.(웃음) 지금도 물론 훌륭한 가수들이 '아송페'를 찾아주고 있어요. 매회 공연이 반복되다 보면 늘 정상급의 가수를 섭외할 수도 없는 거고요.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K-POP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외를 활보하며 단독공연을 개최할 수 있는 팀들이 넘쳐났잖아요. 이들이 '아송페'처럼 의미는 있지만 수익성은 떨어지는 무대를 외면하면 어쩌나, 우려도 되죠. 한류의 가장 큰 수혜를 입는 당사자들이 그 사랑을 보답하는 곳이 어딘지 모른다면 결국 그 화살은 자기에게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김경희 사무국장이 강조한 교류를 통한 시너지, 현 위치를 돌아보는 겸손한 자세는 K-POP 시장에만 국한된 필요성은 아니었다. 한류 열풍의 근원지인 드라마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월 KOFICE 주관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드라마 제작사와 작가 등 방송관계자들이 '일본 회동'을 벌인 이유도 이를 위해서였다.

"과거에는 각국의 드라마 환경과 트렌드를 이야기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합작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도 오고 갑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의 열악한 제작환경이 화두로 나오고, 중국의 사전제작 시스템이 소개되다 보면 서로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이 나오거든요. 전국시청률 40%를 돌파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도 해외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았잖아요. 이런 작품이 또 나오려면 이를 받아들인 타국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송페'가 첫 회를 맞았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그가 강조하는 교류문화는 어느 정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CJ E&M에서 주관하는 '지산 록 페스티벌'을 비롯해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호흡하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한 문화발전이라고 내다봤다.

"문화산업과 관련된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다양한 문화 수용을 위한 장(場)이 필요하다는 점, 소외된 아티스트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결국 예산 문제 때문에 미처 신경을 못 쓰게 되는 거죠. 지금은 정부도 홍대 인디밴드들을 위한 예산지원도 늘리고 있고 민간차원에서 대형 페스티벌까지 성공리에 개최하고 있으니 한류의 미래는 무한히 밝다고 믿고 있어요."



여수=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