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들은 단순히 수만 많은 게 아니다. 올 시즌 다승 10위 안에 7명이 올라 있다. 9일 현재 1위 장원삼(13승), 6위 이용찬(9승), 9위 이용훈(8승)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외국인 투수다.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한 이들은 좋은 경기를 펼치며 야구 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외국인 투수 승승장구 이유는
1998년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 뒤 14년 째. '잘 뽑은 외국인 선수가 한 해 야구 농사를 결정한다'는 말은 정설이 된지 오래다. '가을 야구'를 꿈꾸는 팀의 앞 날에 이들의 중요성은 의심할 바 없다.
남현 두산 용병 스카우트 관계자는 "국내 투수만으로 전력 보강이 힘들 경우 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실력 있는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는 것이다"라며 "더불어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에 잘 적응해 팀의 중심 전력으로 성장한 사례가 많아졌기에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수가 국내 무대에서 득세하는 분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니퍼트, 주치키, 나이트 등은 각각 에이스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다른 투수보다 마운드에 설 기회가 많고, 자연스레 실력을 발휘한 기회도 늘어난다.
▲ '용병 농사' 호황인 구단들
팀 순위 1, 2위인 삼성과 두산은 올 시즌 외국인 투수 활약에 활짝 웃는 구단이다.
프록터는 27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니퍼트는 "개인의 승리보다 팀이 이기는 것이 좋다"며 한국 야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프록터 역시 "한국 선수들과 팀워크도 좋고, 이곳에서 뛰는 것이 즐겁다"며 완벽하게 적응된 모습을 보였다.
삼성에는 탈보트가 있다. 탈보트는 올 시즌 11승1패 평균자책점 3.30으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중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오른 투수다. 삼성의 선두 독주에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넥센도 나이트 덕에 든든하다. 나이트는 지난 5일 목동 LG전에서 6이닝 동안 9안타 3실점(2자책)으로 10승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2009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후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경험이 없는 나이트는 이제 '한국형 투수'로 완벽하게 거듭났다. 나이트는 평균자책점 2.47로 방어율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적응 못한 용병은 누구? ▲용병 농사 실패한 구단들 외국인 투수도 사람, 늘 좋은 성적만 내는 건 아니다. 한국 야구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서, 혹은 부상 등으로 팀 전력에 도움이 못 되는 경우도 있다. 한화가 대표적이다. 올 시즌 최하위를 면치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잘 못 뽑은 외국인 투수 탓이다. 지난 시즌 한화의 뒷문을 지키던 바티스타는 시즌 초 부진을 면치 못하다 결국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최근 계약 해지된 션 헨도 마찬가지. 션 헨은 올 시즌 14경기에 나와 15이닝 16실점 평균자책점 8.40을 기록했다. SK 역시 외국인 투수 때문에 지금도 고민 중이다. 로페즈는 부상으로 결국 SK와 이별했고, 무릎을 다친 마리오는 9월 말께나 복귀할 전망이다. 새로 온 부시도 아직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
문미영기자 mymoon@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