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LG 감독
2012 프로야구는 사상 첫 700만 관중 돌파를 앞두며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겁다. '가을 야구'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관중들은 각기 응원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얻길 바라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고, 팀은 관중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긴장감도 최고조일수록 '품격 있는 야구'가 필요하다. 최근 SK와 LG 사이에 불거진 '비 매너 경기 논란'이 대표적인 예.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관중의 마음까지 무겁게 만들었다. 야구를 더욱 즐겁게 만드는 '야구의 품격'을 살펴봤다.

▲선수의 품격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선수들이 방망이와 공이라는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마음먹기에 따라 흉기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야구는 매너 경기다.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고 설명한다.

야구 규약 및 규칙, 대회 요강은 비 매너 행동 및 금지해야 할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LG 오지환의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 관중이 아빠와 함께 야구 경기를 관람하며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LG 제공
2012 대회 요강의'경기 중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에 따르면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비신사적인 플레이, 고의적인 빈볼 투구 및 슬라이딩할 때 발을 높이 드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욕설, 침 뱉는 행위 및 관중, 심판, 상대팀 선수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도 비 매너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홈런, 안타 등을 기록한 선수에게 과도한 환대 행위를 금지한다.

더불어 선수, 감독, 코치, 구단의 임직원이 금지해야 할 유해 행위에 대한 조항이 있다. 야구 규약 제140조 1항에 따르면 '고의적인 방법으로 패배를 기도하거나 필승을 위한 최선을 노력을 태만하는 행위'에 대해 적절한 제제를 가하게 된다. LG-SK전에서 논란이 불거져 이 받은 중징계가 적용된 조항이다. 더불어 경기에 관해 결과를 고의적으로 조작하는 행위, 경기에 부정적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경우, 국민체육진흥법상 금지 또는 제한되는 행위 등도 유해행위에 포함된다.

규약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야구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불문율도 있다. '점수차가 많이 났을 때 앞서는 팀에선 도루나 번트를 삼가라', '홈런을 치고 너무 좋아하거나 베이스를 천천히 돌지 마라', '포수의 사인을 훔치지 마라', '삼진을 잡은 투수는 미친 듯이 기뻐하지 마라', '투수가 노히트노런 같은 대기록을 세우고 있을 때는 기습번트를 대지 마라' 등이 있다.

▲관중의 품격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관중에게 요구되는 품격도 있다. 여러 사람과 함께 관람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다른 관중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야구 관람을 하면서 지켜야 할 매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응원석에 앉아 열심히 응원하는 것. 경기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고의로 침묵하거나, 무관중 운동을 벌이는 건 응원하는 팀을 좌절하게 만든다. 관중들의 응원이 선수들의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응원하는 팀이나 상대 팀이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고 야유를 하거나 오물, 쓰레기 등을 던지는 것 역시 비 매너 행위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과거에는 성적이 좋지 않을 때 덕아웃에 앉아 있으면 욕을 하거나 각종 음식물을 던지는 관중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최근 들어 많이 좋아졌다"고 회상했다.

경기가 끝난 후 자신이 앉았던 자리는 정리하는 건 기본 에티켓이다. 야구장을 정리하는 도우미가 있지만 적어도 자신이 가지고 온 쓰레기는 직접 버리는 것이 좋다. 더불어 지나친 음주를 삼가 하는 일, 앞자리에 발 올려놓지 않기, 파울 볼이나 홈런 볼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달려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KBO 관계자는 "글러브 없이 무리하게 볼을 잡으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즉 야구장에서의 품위는 자신의 안전과도 직결 된다.

▲품격을 지키지 않는다면

품격을 지키지 않은 행위에는 제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관중의 경우 사안에 따라 경범죄 등 법률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다. 야구 선수나 감독은 KBO로부터 징계를 받는다.

5월23일 대전 한화-SK전에서 한화 송신영이 상대 타자에게 빈볼을 던져 야유를 받았다. 더불어 송신영은 제재금 200만원에 출전정지 5경기라는 징계를 받아야 했다. 지난해 넥센 번사이트는 6월25일 삼성전에서 주심에게 욕설을 해 엄중 경고를 받았다. LG 이병규는 6월 8일 한화전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헬멧과 방망이를 던지는 행위로 경고를 받았다. KIA 박경태도 5월26일 LG전에서 타자에게 보복성 빈볼을 던져 제재금 100만원과 출전정지 5경기 징계를 받기도 했다.

선수의 시각 차에 따라 징계에 대해 억울한 마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중에게 제대로 된 야구 경기를 선보이는 것이 선수의 의무. 품격을 지키는 일은 결국 관중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인 셈이다.



문미영기자 mymo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