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려서부터 음악과 예술에 재능이 있었다. 중ㆍ고등학교 시절 어머니의 인도로 국악 등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음악과의 첫 만남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무용을 배운 것이 중앙대학교 무용과 진학으로 이어졌다. 그는 무대에도 올랐고 20대의 대부분을 해외공연으로 보냈다.

그렇게 몸으로 익힌 경험은 예술경영과 공연기획이라는 크리에이티브에 방점을 찍었다. 3인조 유닛 의 깜찍한 군무,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이색 퍼포먼스, 보이그룹 뉴이스트의 스토리텔링 안무 등 독특한 무대구성은 이상의 유년기와 성장기를 거친 플레디스 한성수 대표의 진두지휘로 완성됐다.

"한류는 유행의 흐름을 넘어 한가지 장르로 보다 넓은 권역에서 좀 더 성숙하게 자리잡을 것이라 믿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관점에서는 K-POP이 한국의 음악이 아닌 한국의 문화, 아시아의 문화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요?"

애프터스쿨과 , 솔로 손담비에 뉴이스트까지 플레디스에 소속된 아티스트는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K-POP의 열풍에 플레디스가 힘을 발휘하는 경쟁력도 여기서 비롯된다. 최근 서울 강남 논현동 플레디스 사옥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난 한성수 대표는 팀 컬러의 독창성을 강조했다. 음악이 문화로 대변되는 K-POP의 발전을 위해 플레디스가 걸어야 할 길도 제시했다.

"K-POP의 인기가 단순히 어느 나라나 문화에 해당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든 하나의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죠. 플레디스의 차별화도 남 다른 콘셉트 개발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렌지캬라멜
한성수 대표의 말처럼 플레디스 소속 아티스트들은 다른 K-POP 선두주자들과 달리 국내외에 선보이는 콘셉트에 큰 간극이 없다. 국내에서 섹시한 퍼포먼스 비주얼 걸그룹으로 통한 애프터스쿨은 일본진출 당시에도 이러한 매력을 앞세웠다. 국내 무대에 서 입은 올 블랙 가죽 의상이 일본 팬들 앞에서 알록달록한 레이스 의상으로 바뀌지 않는다.

애프터스쿨의 유닛 은 국내 데뷔 당시 오히려 "일본감성에 특화된 그룹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우리나라 정서와 맞지 않는 듯 보였지만 '동경소녀' '샹하이로맨스' '아잉♡'에 이어 최근 발표한 '립스틱'에 이르러서는 이들만의 색으로 받아들여졌다.

"애프터스쿨과 은 플레디스 내 해외진출의 본진입니다. 언어가 다르고 국내 팬들에 비해 실시간으로 이들과 만날 수 있는 활로가 부족하지만 결국 두 배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시너지를 내고 있어요. 지난달에는 파워풀하고 섹시한 애프터스쿨에게 기대를 했다면 오늘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에게 호응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다채롭잖아요."

일거양득의 이점이 있지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입학과 졸업제도로 멤버구성에 변화를 주는 애프터스쿨의 독창적인 구조다. 유니크하고 창조적이라는 그룹의 색깔이 강점이 되면서도 팬들로 하여금 팀의 정체성에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요소도 안고 있다.

"한번 하고 끝났다면 미래가 불안할 수 있겠죠. '언젠가 또 그럴 수 있지 않을까?'하고요. 하지만 과도한 콘셉트 조차 연속성을 갖잖아요. 도 처음엔 애프터스쿨의 활동 공백기를 메우기 위한 존재라고 느껴졌지만 네 장의 싱글과 정규앨범을 발표하면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었다고 생각해요."

누구든지 따라 하고 싶고 따라 할 수 있는 귀여운 콘셉트를 내세운 , 마칭드럼 탭댄스 등 퍼포먼스 위주의 그룹을 앞세운 애프터스쿨에 이어 해외시장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주인공은 뉴이스트다. 올해 데뷔한 이들은 '10대들의 대변인'이란 타이틀로 눈에 띈 신예다.

"이미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은 K-POP을 선도할 한국보이그룹이 포화상태라고 생각해요. 뉴이스트는 음악적 색깔을 글로벌한 틀에 맞춰가려 합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시장 진출을 도모할 거고요. 기존 그룹과 같은 모습이라면 성공할 수 없잖아요. '10대들의 대변인'이란 뉴이스트의 정체성으로 글로벌한 공감을 끌어내고 싶습니다."

플레디스는 뉴이스트에 이어 평균연령 17세의 17명으로 구성된 차세대 아이돌그룹 세븐틴(Seventeen)도 선보일 예정이다. 각각의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소년들이 모인 그룹으로 내년 론칭을 목표로 잡았다. 올해 데뷔한 '친근한 여신' 콘셉트의 헬로비너스에 세븐틴까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은 것이 플레디스의 강점인 셈이다.

"물론 '가수들이 넘쳐나는데 계속 신인을 내보내는 게 맞나'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들리지요. 실제로 국민이 4,000만 밖에 되지 않는 나라에서 아티스트의 물리적인 비중이 굉장히 많긴 합니다. 무분별한 진출이나 엉성한 제작시스템으로 해외를 나갈 순 없지만 국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외진출의 길이 열린다고 봐요. 톱 반열에 오르는 아이돌그룹 한 두 팀으로 K-POP을 이끄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하거든요."

타 기획사의 패밀리콘서트처럼 플레디스도 '해피플레디스'란 이름으로 해외 공연을 기획 중이다. 플레디스 내 유닛보다 K-POP 열풍에 힘입어 해외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도 내다보고 있다. 애프터스쿨에서 졸업해 솔로를 준비 중인 가희와 에미넴의 합동공연이나 뉴이스트와 저스틴비버의 만남, 과 일본 걸그룹 AKB48의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앞으로 중요한 점은 K-POP 발전을 위해 힘 쓰는 크리에이터나 아티스트의 노력만이 아니에요. 국가든 기업이든 문화콘텐츠에 관심을 가져주는 자세를 강조하고 싶어요. 문화가 국가경쟁력을 올리는 중요한 척도라는 건 충분히 입증됐으니까요. 레이디가가의 내한공연도 필요하지만 이왕이면 국내 아티스트의 해외공연에 힘을 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