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를 준비하는 두산 덕아웃과 관중석은 축제 분위기였다. 두산은 지난 3일까지 현재 올 시즌 125만7,881명의 관중 수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했다.

그 축제의 현장을 더욱 뜨겁게 달구는 이가 있었다. 1루 쪽 응원 단상에 선 '관중 지휘자' 오종학(29) 응원단장이다. 그는 손끝에 함성이 커지고, 그의 입담에 관중이 웃었다. 관중석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변했고, 그 중심에는 오종학이라는 지휘자가 있었다. 오 단장은 "포스트시즌을 앞둔 만큼 관중석의 분위기가 더욱 흥겹고 열정적으로 변했어요. 두산의 응원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죠"라고 말했다.

▲"두산 스타일로!"

두산 응원단장은 배우 원빈을 닮은 외모와 신사적인 매너로 유명하다. 연예인 못지않게 팬도 많다. 하지만 응원 단상 위에만 올라가면 발에 스프링을 단 듯, 손바닥에 가죽을 댄 듯 방방 뛰고 뜨겁게 박수 치며 응원을 리드한다. 그의 분홍색 호루라기의 경쾌한 소리를 듣다 보면 가만히 있던 사람마저 절로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 단상 위와 아래의 모습이 180도 다르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할까.

오 단장은 "열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과 관중을 연결하며 함께 어울리는 이 시간이 즐거워요. 응원은 열정과 희망을 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행복한 시간일 수 밖에, 즐거운 시간일 수밖에 없죠"라며 웃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두산 스타일로"다. 두산만의 응원 스타일이 따로 있다는 의미다. 오 단장은 "선수 개별 응원곡, 상황별 응원곡 등 총 100여 곡의 두산만의 노래와 안무가 있어요. 거기에 끈기와 뚝심이라는 양념이 더해지는 거죠. 두산은 선수뿐 아니라 관중 역시 끈기와 뚝심, 믿음이 있거든요. 지는 순간에도 우리의 응원은 멈추지 않아요. 선수와 팀을 믿기 때문이죠. 이것이 바로 두산 스타일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응원 단장을 시작한 뒤 5년 동안 추석과 설날 등 명절에 쉬어본 적이 없다. 경기가 늦은 시간에 끝나는 터라 친구 만날 시간도 없다. 하지만 "관중과 구단이 허락한다면 5년 후 10년 후에도 이 단상 위에 올라서 함께 호흡하고 싶어요"라는 바람도 빼놓기 않는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응원 준비 끝!"

오 단장은 "두산의 응원단장으로서 한국시리즈, 플레이오프 등을 모두 경험했어요. 딱 하나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만 못했죠. 올 시즌에는 반드시 우리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응원 팀도 우승이라는 목표에 맞는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두산은 올 시즌 가을 잔치 참가한다. 오 단장도 바빠졌다. 음향 장비와 응원 도구 등을 정비하고 확충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을 야구에 맞는 개성 있는 안무와 율동 등을 준비해야 한다.

오 단장은 '대단한 응원전'을 예고했다. 8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까지 내용은 '극비'. 오 단장은 "평소보다 2,3배 좋은 음향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에요. 거기에 소프트웨어적인 부분, 즉 안무나 프로그램 등에 많은 변화를 줄 거에요. 두산에 어울리는 유쾌하고 독특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죠. 더욱 큰 에너지를 주는 응원이 준비됐어요"라고 말했다.

오 단장은 올 시즌 유난히 감동받는 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몰래 분홍색 호루라기를 선물하는 관중, 매일 경기장을 찾아 함께 호흡을 맞춰주는 팬까지 생겼다. 오 단장은 "이제는 가족이 돼 가는 느낌이에요. 단상에 오르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반가운 이들과 눈인사를 하는 거죠. 저 역시 응원을 받는 거에요"라며 웃었다.

늦은 밤, 조명이 꺼진 야구장. 오 단장은 스태프들과 함께 음향 장비 정리하고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정리했다. 오 단장은 "이 시간 마다 결심해요. 다음 경기는 오늘보다 더 힘 있는 응원전을 펼치겠다고요"라고 말하더니 총총히 잠실벌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문미영기자 my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