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공약시대시청률·흥행에 도움… 팬들에겐 새로운 재미 '윈윈'지키지 못할 약속한 뒤 "없던 걸로 할게요"… "경솔했다" 지적도

신현준
시청률 1위땐 1일 가사도우미… 시청자와 포옹… 매회 업데이트

박해진
시청률 30% 넘으면 개콘 '꽃거지' 출연할게요

최근 배우 소지섭은 영화 '회사원'과 관련해 "공약을 걸지 않는 것이 공약이다"고 밝혔다. 장난스럽게 비쳐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과거 정치인들의 전유물이었던 공약이 최근 연예인들 사이에서 난무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제작발표회에서 시청률과 관객수를 두고 주연 배우가 공약을 거는 일은 빠질 수 없는 순서가 됐다. 스타의 공약은 이제 유행을 넘어 관례가 된 듯 보인다. 공약을 통해 대중을 영화관 혹은 TV 앞으로 불러모으기 보다는 하나의 이슈몰이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많다. 무리수를 둔 공약은 물론 연예인의 스케줄상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 공약 지키기가 대세

최근에는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공약으로 내세운 스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문채원 이영아 연정훈 김성수 이천희 등이 시청률을 놓고 "말춤을 추겠다"고 공약을 걸었고 문채원은 사진으로 공약을 인증했다.

이처럼 그 당시 가장 '핫'한 가수의 춤을 따라 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경우가 가장 많다. 지키기 가장 수월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셔플댄스 열풍이 일었을 당시에는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가수 박진영을 비롯해 장근석 조성하 이규한 윤아 은정 주지훈 등이 셔플댄스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해 공약을 이행한 스타는 한 명도 없었다. KBS드라마 출연진 사이에서는 '개그콘서트' 카메오를 활용한 공약이 눈길을 끈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방한 국민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남주는 시청률 50%를 넘기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회 최고 시청률 45%를 기록하며 50%에 미치지 못했지만 김남주는 시청자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상대역인 유준상과 '개그콘서트'에 출연해 코믹연기를 선보였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KBS 2TV 주말극 '내딸 서영이'에 출연 중인 박해진은 닮은꼴 개그맨 허경환의 러브콜을 받아 시청률 30%를 넘으면 꽃거지로 출연키로 했고 녹화를 앞두고 있다.

# 스타의 공약 하나의 문화로

일상적인 공약에 머무르지 않고 콘텐츠와 공약을 하나의 문화로 만드는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신현준은 KBS 2TV 월화미니시리즈 '울랄라부부' 시청률 1위를 두고 이색공약을 내세웠다. 추첨을 통해 한 가정의 주부를 하루 동안 여행을 보내고 그 집에서 살림을 대신하겠다는 것.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코수술을 하겠다는 파격 공약도 덧붙였다. 실제로 '울랄라부부'는 방송 첫주 시청률 1위를 달성했고 신현준은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자의 사연을 받고 있다. 살림을 대신하는 것은 물론 당첨된 부부에게는 2박3일간 리조트 숙박권도 제공하는 이벤트로 확대됐다. 이에 재미를 붙였을까? 신현준은 사연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매주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3, 4회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면 시청자와 포옹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트위터에 사진을 게재하면서 인증한 것. 신현준의 공약은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됐다.

앞서 올해 한국 영화의 흥행 역사를 다시 쓴 영화 '도둑들'의 김수현도 이색 공약을 실천했다. 김수현은 도둑들의 1,000만 번째 관객을 업고 영화를 관람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제작사 측은 이를 이행하기 위해 1,000만 돌파 당일 영화 관람권 인증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관객들 중 한 명을 추첨했고 김수현은 당첨된 여중생을 업고 극장을 돌았다. 스타의 공약이 배우는 물론 관객에게까지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 사례였다.

# 지나친 공약 남발은 아쉬워

정치인의 경우 공약을 실천하지 못하면 대중의 신뢰를 잃게 됐다.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행 가능성이 기반이 된 매니페스토가 중시되는 이유다. 하지만 스타의 공약에 경우, 대중의 삶과 관련이 없기에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이시언은 "시청률 6%를 넘으면 명동 한복판에서 그룹 인피니트의 '내꺼하자' 춤을 추겠다, 서인국도 '애기야' 춤을 같이 출 것이다"고 공약했다. 이에 서인국 역시 "6%를 넘으면 실천해야 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6.22%를 기록했고 공약 이행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으나 현재까지 지켜지지는 않고 있다. 두 배우의 차기작 촬영 일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나는 영화 'R2B:리턴투베이스'가 300만이 넘으면 비의 면회를 가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례적으로 이하나는 공약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공약이 영화를 봐주시는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이유였다. 좀 더 신중한 약속이 필요했던 부분이었다. 같은 영화에 출연했던 김성수 역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한 순간의 이슈몰이로 내세운 것은 경솔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안소현기자 anso@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