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이종범 코치가 15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선수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8-8-7-8. 최근 4년간 한화의 순위다. 가을 야구는커녕 순위표 맨 아래에 세 차례나 자리했다. 선수들의 패배 의식이 젖어있을 수밖에 없다. 한화가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대대적으로 코칭스태프를 물갈이 했다. 첫 번째 신호탄은 '노병' 김응용(71) 감독의 영입이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이끈 명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화는 김 감독에게 코칭스태프 선임을 위임했고, 김 감독은 카리스마 있는 해태 출신 제자들을 불러 모았다. 김성한 수석코치를 필두로 김종모 타격코치, 이종범 주루코치, 이대진 투수코치가 한화에 새로 합류했다.

▲프로는 못하면 죽는다

취임 소감부터 강렬했다. 김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프로는 못하면 죽는다"며 "우승 아니면 목표가 없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선뜻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무게감이 남다르다. 또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 장악에 탁월하다. 눈밖에 나는 선수는 가차없이 팀에서 내보낸다. 감독 생활 22년간 통산 1476승 1138패 65무(승률 56.5%),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이라는 업적을 남길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한화는 최근 5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탓에 '약체' 이미지가 굳어졌다. 때문에 다른 팀들은 한화를 승수 쌓기 제물로 여긴다. 선수들 역시 이기는 법보다 오늘 또 지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에 자주 휩싸였다. 구단 측은 이를 말끔히 씻어낼 적임자가 김 감독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김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합류한 코치진 역시 강한 근성을 강조했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선수들의 잠재적 패배 의식을 빼내겠다"고 했고, 이종범 주루코치는 "최근 4년간 세 번이나 꼴찌를 한 탓에 패배주의에 빠진 것 같다. 실패를 거울삼아 두려움 없이 용맹스럽게 뛸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김응용 감독 / 연합뉴스
▲한화의 불안요소, 무뎌진 현장 감각-선수단 보듬기

거물급 코칭스태프 구성이 성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나 밝은 점이 있으면 이면에 어두운 점도 있기 마련이다. 김 감독은 2004년 삼성 감독직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삼성 사장을 2010년까지 맡았지만 사장직은 구단을 경영하는 자리다. 김 감독은 "유니폼을 안 입었지만 사장을 할 때 운동장에서 야구를 계속 봤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성한 수석코치도 2004년 KIA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프로 무대를 밟지 않았다. 이종범, 이대진 코치는 올해 은퇴해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다. 과연 어떻게 현장 감각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선수단 보듬기도 과제다. 김 감독은 무뚝뚝하다. 선수들이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다. 예전 감독 시절에도 선수들과 많은 대화는 하지 않았다. 대신 코치들에게 일임했다. 따라서 선수단을 따뜻하게 챙겨줄 수 있는 코치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선수단과 소통해 훈련 성과를 극대화하겠다"고 했다. 또 이종범 코치는 "형님 같은 코치로 선수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하나 더. 지금 유니폼을 입고 있는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선수들은 분명 구세대와 생각이 다르고, 행동 양식도 다르다. 어떤 소통을 이루어낼지 궁금하다.

▲외부 전력 보강보다 기존 선수부터 챙겨야

한화의 지난해 스토브리그는 올해만큼 뜨거웠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승인 124승을 거둔 박찬호와 일본에서 돌아온 김태균, 자유계약선수(FA) 송신영 영입하는데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반면 기존 선수들은 홀대했다. 외부 선수에 대해서는 통 큰 행보를 보였지만 기존 선수들을 대할 때는 180도 달랐다. 1년 동안 팀을 위해 헌신한 것을 '나 몰라라' 했다.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컸다. 연봉 협상의 칼자루는 구단이 쥔 탓에 선수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동결 또는 삭감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는 코칭스태프가 아닌 선수들이 한다. 코칭스태프는 선수를 돕는 조력자일 뿐이다. 때문에 팀 분위기를 바꾸려면 자기 식구부터 챙길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은 일단 팀 전력 보강을 위해 FA 2명의 영입을 요청한 상태다. 물론 외부 영입은 팀에 플러스 알파가 된다. 그러나 올해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지섭기자 onion@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