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극 '대풍수'서 출산·키스신 매끄럽게

브라운관 속에서 그는 더 이상 요정이 아니었다.

또래 배우에게서 볼 수 없는 무게감과 감성연기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는 배우 이진이다.

이진은 SBS 새 수목극 '대풍수'(극본 남선년ㆍ연출 이용석)를 통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품과 기개가 넘치는 영지 역을 맡아 시청자들로부터 이진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그는 극 중 고려의 공민왕을 조롱하는 원나라 사신에게 거침없이 충고를 하고 죽음을 앞에 두고도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또 사랑하는 남자 동륜(최재웅)와의 애틋한 로맨스와 수위 높은 키스신도 매끄럽게 소화해 내며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그의 연기력은 출산신에서 빛을 발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소리 한번 크게 지르지 못한 채 재갈을 물고 조용히 산고를 치르는 영지의 모습은 이진의 연기력을 타고 안방극장을 흔들었다. 이 후 아이를 넘겨주지 못한 채 흐느끼는 모습은 시청자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미혼인 그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기에 칭찬받아 마땅했다는 평이다.

이진은 가요계의 요정 그룹 핑클 멤버에서 2002년 연기자로 전향했다. 시트콤 논스톱을 시작으로 '신 현모양처' '왕과 나' '전설의 고향' '혼' '영광의 재인'까지 쉬지 않고 작품의 문을 두드렸다. 가수 활동에 비해 성과는 미미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진은 포기하지 않고 연기력을 가다듬었다. 같은 멤버였던 성유리가 주연으로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종횡 무진할 때 이진은 역할의 분량을 가리지 않았다. '대풍수'를 통해 진정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진은 이제 차기작이 기대되는 배우로 발돋움하고 있다.



안소현기자 anso@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