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잠식될 가능성 크다… 저예산 영화 바람직"

배우 유지태가 영화 스태프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토로했다.

유지태는 최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더블콘라운지에서 열린 '아주담담-비전의 감독들'에서 현 충무로 시스템과 개선방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실에는) 여러 작가들이 미래를 꿈꾸기에 힘든 여건이 많다"며 "자본에 잠식될 가능성이 크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개인의 역량과 창작성을 발휘하려면 저예산 영화 시스템이 적절하다"며 "인센티브 시스템 또한 한국 영화 시스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태가 내세운 원칙은 스태프에게 제작비의 2/3를 개런티로 제공하는 일. 그는 "할리우드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스태프의 이야기를 듣고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이 라띠마'를 예로 들었다. 그는 "3억 5,000만 원으로 제작했다. 2/3를 개런티로 줬더니 정작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돈은 독립 영화가 처한 상황과 똑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대안 영화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는 촬영장비나 장면구성 등에서 상업영화에 버금가는 시도를 했다. 그는 "스태프들이 공감을 많이 해 줬다. 제작을 겸했기 때문에 한없이 마구 돈을 쓸 수 없었지만 함께 고민한 스태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솔직한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배우로서 혜택을 많이 받고 윤택함을 누린 것도 사실"이라며 "독립영화 쪽의 젊은 감독들뿐 아니라 기성 감독들 또한 자신의 창작성을 발휘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과거 밥을 주지 않아 쓰레기통을 뒤진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활동함에 있어 어떤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 가장 큰 업적이고 이번 영화의 가장 큰 업적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유지태는 첫 장편 연출작 '마이 라띠마'가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되면서 부산을 찾았다. '마이 라띠마'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남자 수영(배수빈)과 태국에서 온 이주여성 마이 라띠마(박지수)가 절망의 끝에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



김윤지기자 jay@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