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추승균 '초보 코치' 나란히 새 출발KCC '추 코치' "첫 시즌부터 2승 12패… 코치 수업 제대로 하네요"삼성 '이 코치' "벤치 앉아 선수들 보니 몰랐던 단점들 보여요"

이상민(왼쪽) 삼성코치가 지난달 13일 전주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추승균 KCC 코치 은퇴식에서 꽃다발을 건네며 포옹하고 있다.
'초보 코치' 이상민(40∙삼성)과 추승균(38∙KCC)은 우애가 두텁다. 현대와 KCC에서 9년간 선수 생활을 함께 하며 세 차례 우승을 일궈냈다. 이상민 코치가 2006~07 시즌이 끝난 뒤 의도치 않게 삼성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이들은 갈라졌다. 이 코치는 삼성에서 2009~10 시즌까지 뛰고 나서 은퇴했다. 이후 2년 동안 미국 유학길에 올라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반면 추승균 코치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정든 코트와 이별했다. 이 코치가 떠난 후 두 개의 우승 반지를 추가해 다섯 손가락에 반지를 채웠다. 비록 선수 말년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이 코치의 등 번호와 추 코치의 등 번호 11번, 4번은 KCC의 홈 경기장인 전주실내체육관에 영구 결번으로 걸려 있다.

이들은 지도자로서 같은 출발선상에 섰다. 유니폼 대신 정장을 입고, 코트가 아닌 벤치에 자리하는 등 아직 모든 환경이 낯설지만 선수를 보는 눈은 매와 같다. 삼성과 KCC가 힘겨운 시즌 초반 행보를 이어가는 중에도 이들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다.

▲"코치 수업 제대로 하네요"

추 코치는 마음이 편치 않다. KCC가 10개 팀 중 확연히 뒤처진 최하위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승진의 군복무, 전태풍(오리온스)의 이적 등으로 주축 선수들이 빠졌다고 하지만 성적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다. KCC는 15일 현재 2승12패로 꼴찌다. 추 코치는 "선수 때도 한번 꼴찌를 해봤는데 이 정도의 성적까지는 아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KCC는 임재현과 신명호를 제외하고 신인급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포워드 라인의 공백이 심하다. 추 코치의 은퇴에다 유병재, 이중원이 유니폼을 벗었다. 기대를 모았던 신인 장민국은 부상 탓에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이에 추 코치는 남은 포워드 자원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선수들이 코트에 들어가면 아직 길을 모른다"며 "김태홍은 운동 능력이 좋은데 반해 슛이 안 좋다. 노승준은 구력이 짧아 기본이 부족하고 하체를 이용한 슛이 안 돼 슛 폼을 가다듬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얘들 가르치는데 시간이 다 간다. 첫 시즌에 코치 수업 제대로 한다"며 웃어 보였다.

이상민 삼성 코치와 추승균 KCC 코치가 은퇴식 후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L 제공
이 코치는 추 코치에 비해 한결 낫다. 삼성은 6승7패로 공동 6위다. 그렇다고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다.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주전 가드 김승현이 목 디스크 수술로 이탈했다. 수술은 잘 마쳤지만 시즌 아웃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팀 전력에 플러스 알파 요인도 없어 지금의 선수들로 시즌을 치러야만 한다. 이 코치는 "예전에는 몰랐는데 벤치에 앉아있으니까 선수들의 단점이 눈에 잘 보인다. 또 다른 팀 패턴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 등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보 코치 합격점

이 코치와 추 코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익숙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력자다. 감독을 보좌할 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직접 챙겨야 한다. 감독과 선수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흔히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지도자로 성공할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눈높이가 높아 선수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예외로 보인다.

이 코치와 추 코치는 벤치에 일어서 있는 시간이 길다.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감독의 작전 지시가 끝난 뒤에 따로 몇몇 선수들을 불러 귀엣말을 한다. 코트에 설 순 없지만 노하우를 전수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추 코치는 "코트 위의 방향 움직임을 지시할 때 못 알아 들으면 분명 답답한 건 있다. 그럴 때는 유니폼을 직접 입고 뛰고 싶다. 그러나 코치는 이 부분도 다 감안하고 선수들의 부족한 점을 채워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KCC 구단 측도 초보 코치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성훈 삼성 단장은 "이 코치가 제 몫을 잘 해 준다. 현역에서 은퇴한지 얼마 안 된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이 코치의 한 마디는 다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KCC 관계자 역시 "선수 시절부터 성실한 모습은 추 코치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선수로 뛸 때에도 코트 위의 코치로 통할 만큼 선수들이 잘 따른다"고 칭찬했다.



김지섭기자 onion@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