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메라리가 4개 팀 UCL 16강 진출조별리그서 압도적 성적말라가 첫 출전 불구 무패 행진 조 1위 확정이름값 못한 EPL 맨시티 탈락·첼시 조 3위

말라가의 수비수 오구치 오니우(왼쪽)가 22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2012~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C조 5차전 제니트와의 경기에서 몸을 날려 공을 걷어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AP 연합뉴스
스페인 축구의 전성 시대임이 2012~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대표해 '꿈의 구연'에 출전한 4개 팀이 모두 16강에 진출했다. 그것도 조별 리그 최종전을 치르기에 앞서 가볍게 1라운드 통과를 확정했다.

UEFA는 국가별 리그 랭킹으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배분한다. 현재 랭킹은 2006~07 시즌부터 2010~11 시즌까지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의 성적을 기초로 작성한 것이다. UEFA 리그 랭킹의 1위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2위, 독일 분데스리가가 3위, 이탈리아 세리에 A가 4위로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UEFA 랭킹은 실전에서 얻어지는 결과와는 거리가 있다. UEFA 리그 랭킹 1위의 EPL은 2012~13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지리멸렬하다. 반면 2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팀들은 조별 리그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EPL은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박지성(퀸스파크 레인저스), 이영표(밴쿠버)가 2005년 진출하며 국내 팬들에게 '꿈의 리그'로 다가왔다. 2007~08 시즌은 EPL의 최전성기였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중 세 팀이 EPL 소속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첼시가 결승에서 격돌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EPL은 '최고 리그'라는 명칭에 어울리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첼시가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FC 바르셀로나와의 준결승에서 선수 전원이 하프 라인을 넘지 않는 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편 끝에 승리해 논란을 일으켰다.

첼시는 올 시즌에는 조별 리그 통과 실패라는 망신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조별 리그 5차전까지 진행된 현재 2승1무2패(승점 7)로 E조 3위에 머물고 있다. 16강 진출의 산술적인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전망은 어둡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이 다음 시즌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전례는 없다. 첼시는 유럽 축구 사상 초유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달성할 전망이다. 성적 부진으로 로베르토 디마테오 감독이 지휘봉을 반납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팀의 사령탑이 다음 시즌에 경질된 것도 사상 처음이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2008년 아부다비 투자 그룹이 구단을 인수한 후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적어도 EPL에서는 그렇다. 2011~12 시즌에는 꿈에 그리던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러나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맨시티는 2012~13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D조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맨시티는 지난 22일 레알 마드리드와의 조별 리그 5차전 홈 경기에서 1-1로 비기며 탈락이 확정됐다. 5차전까지의 전적은 3무2패(승점 3), '축구 종가'의 챔피언임을 고려할 때 민망한 성적이다.

반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팀들은 조별 리그에서 눈부신 성과를 얻고 있다.

스페인 축구의 양대 산맥,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뿐 아니라 발렌시아와 말라가도 조별 리그를 가볍게 통과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UEFA 챔피언스리그에 처녀 출전한 말라가의 선전이다. C조에 속한 말라가는 조별 리그 5차전까지 3승2무의 무패 행진을 벌이며 조 1위를 확정했다. 이탈리아 세리에 A의 전통 강호 AC 밀란을 홈에서 1-0으로 꺾었고, 원정에서도 선제 골을 터트리며 1-1로 비기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2일 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와의 5차전 원정 경기에서는 이스코, 하비에르 사비올라, 호아킨 등 주축 공격수들을 빼고도 2-2로 비겼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이 2012~13 UEFA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드러났다. '유럽 최고 리그'의 타이틀은 EPL이 아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붙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기자 goav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