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프로야구 '선수 대이동' 스타트

박재홍 / 연합뉴스
떠나는 박재홍
보류선수 명단서 제외
구단 코치연수 제의 거절
현역 활동 의지 강해

남는
입지 좁아졌지만 명단 포함
면담 통해 거취 결정

올 겨울 선수 이동이 심상치 않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대거 팀을 옮긴 데 이어 지난 27일 한화와 롯데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한화는 베테랑 타자 장성호(35)를 롯데에 내주고 신인 투수 송창현(23)을 데려왔다. 앞서 18일엔 NC가 넥센에게 김태형(투수)을 내주고 임창민(투수)과 차화준(내야수)을 영입하는 1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또 FA 영입에 따른 보상 선수들의 이적하거나, 보류 선수 명단 발표 등이 뒤따라 어느 때보다 유니폼을 갈아입는 경우가 늘었다.

▲떠나는 박재홍, 남는

프로야구에 한 획을 그은 '양박'의 운명이 엇갈렸다. SK는 외야수 박재홍(39)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고, 포수 (40)은 포함시켰다. 보류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다음 시즌에도 재계약을 하겠다는 의미인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 짐을 싸야 한다. 방출 통보다.

박경완
박재홍은 호타준족의 상징이다. '300(홈런)-300(도루)' 달성에 도루 33개 만을 남겨 놓고 있다. SK는 코치 연수를 제의했지만 박재홍은 단칼에 거절했다. 현역 생활을 계속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박재홍은 30일 각 팀의 보류선수 명단이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공시되면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 언제든 달려갈 수 있다.

은 일단 SK에 남는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은 2010년 시즌을 마친 뒤 양쪽 아킬레스건을 수술 받은 탓에 지난해 10경기, 올해 8경기 출전에 그쳤다. 게다가 팀에는 조인성, 정상호, 이재원 등 포수 자원이 넘친다. 입지가 좁아진 탓에 은 많은 출전 시간이 보장되는 팀으로 이적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만수 SK 감독은 "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조만간 과 면담을 통해 거취를 결정할 계획이다. 선수 의지가 확고할 경우 트레이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류선수 명단 제외, 끝이 아닌 새 시작

프로 무대는 냉정하다. 성적으로 존재감을 인정받아야 한다. 반대의 상황이면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류선수 명단 제외는 '실업'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방출 선수가 재기에 성공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끝이 아닌 새 시작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방출생 신화'의 대표적인 경우가 최형우(삼성)다. 2005년 방출 통보를 받은 최형우는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2008년 다시 삼성의 부름을 받았다. 그 해 기량을 꽃 피워 신인왕을 탔고, 지난해에는 타격 3관왕(홈런∙타점∙장타율)에 올랐다. 또 팀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중심에 섰다. 이종욱(두산)도 현대에서 2005년 방출됐다가 이듬해 두산에서 화려한 제2의 야구 인생을 펼쳤다.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을 앞세워 팀의 톱 타자는 물론 국가대표팀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다.

올 시즌 '방출생' 중 성공 케이스는 박정배(SK)다. 박정배는 지난해 이맘 때쯤 두산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올해 입단 테스트를 거쳐 극적으로 SK 유니폼을 입은 뒤 '소금'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정배는 37경기에 출전해 4승3패 3홀드 평균자책점 3.14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또 포스트시즌에서 팔꿈치 통증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마운드에 올라 부상 투혼을 선보였다. 야구에 대한 절실한 마음이 누구보다 강했기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편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하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도 있다. LG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진 박명환은 개인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왕년 에이스' 손민한은 현재 창원 마산구장에서 훈련하며 NC 입단 테스트 통과를 노리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