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 서울 'K리그 대상' 싹쓸이강력한 '형님 리더십' 연패 없는 완벽한 시즌·성적 흥행 둘 다 잡아부진 선수에 '극약 처방' 데얀·정조국 활약 이끌어

올해 국내 프로축구 K리그는 FC서울의 독주로 끝났다. FC서울은 최용수 감독의 리더십을 앞세워 최고 구단의 자리에 올랐다. 최감독이 지난달 25일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시상식에서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12 프로축구는 '서울 천하'로 막을 내렸다.

FC 서울은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에서 29승9무6패(승점 96)로 챔피언에 올랐다. 완벽한 시즌이었다. 16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연패를 당하지 않았고 44라운드로 치러지는 시즌에서 41라운드 만에 우승을 확정했다. 세 시즌 연속 홈 관중 1위에 오르며 성적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거액를 투자한 외국인 선수의 영입 없이 기존 전력을 중심으로 일궈낸 우승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의미를 지닌다.

지난 4일 열린 2012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도 서울을 위한 무대였다. 베스트 팀에 선정된 서울은 베스트 11 가운데 5명을 배출했다. 간판 스트라이커 데얀은 MVP와 팬이 뽑은 최고 선수인 '팬타스틱 플레이어(FANtastic Player)', 베스트 11 공격수, 득점상을 싹쓸이하며 4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몰리나는 베스트 11 미드필더와 도움상을 받았다. 최용수 감독은 최고 지도자로 뽑혔다.

이 같은 '서울 천하'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서울 관계자들마저도 "시즌 개막 때만 해도 3위권에 들면 선전하는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한다. 서울은 지난 시즌에 비해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없었다. 반면 지난 시즌 우승 팀인 전북은 톱 클래스 미드필더 김정우를 영입해 중원을 강화했다. 수원은 라돈치치, 조동건, 서정진 등으로 화력을 증강했다. 서울이 우승 후보 꼽히지 못한 까닭이다.

하지만 서울은 예상을 모두 뒤엎고 올 시즌 완벽에 가까운 성공을 거뒀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서울 천하'는 최용수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상을 받은 최용수(오른쪽) FC서울 감독과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FC서울데얀이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K리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입맞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계자들은 올 시즌 성공 요인에 대한 질문에 "최 감독의 강력한 리더십이 동력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최 감독은 현역 시절 대표팀에서 맹활약하며 '독수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대표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며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의 적통을 이었다.

하지만 지도자로 나섰을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이 많았다. '명장'이 될 재목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4월 황보관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고 최 감독이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서울을 책임지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지난 시즌 이른바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팀을 빠르게 장악하며 지도자로서 만만찮은 수완을 과시했다. 올 시즌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지도력을 과시했다.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울산에 1-3으로 패배한 것이 좋은 약이 됐다. 최 감독은 올 시즌 위기 상황에서 단 한 번도 흔들림이 없었다. 때로는 엄하게 선수들을 꾸짖고 때로는 다독거리며 단 한 명이 이탈자나 낙오자도 없이 팀 전체를 정상으로 끌고 갔다. '대행' 꼬리표를 떼어내고 정식 사령탑으로 첫 시즌이었음을 고려할 때 놀라운 리더십이다.

수원과의 라이벌전에서 연패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고비에서 승점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를 천명했지만 상황에 따라 수비에 치중하며 승점 1점에 만족할 줄 아는 유연함도 보였다.

서울 우승의 일등공신은 데얀이다. 31골을 작렬하며 프로축구 한 시즌 최다 골 신기록을 세웠다. K리그 사상 최고의 스트라이커라는 칭찬이 자자했다.

데얀이 올 시즌 기복 없는 활약을 펼친 배경에는 최 감독의 '당근과 채찍'이 있었다.

최 감독은 대구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전반 22분 만에 데얀을 벤치로 불러 들였다. 부진했다고는 하지만 간판 스트라이커를 경기 시작 22분 만에 교체 아웃시키는 것은 파격적인 조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는 데얀의 불성실함에 대해 호통을 쳤다.

데얀은 2라운드 전남전에서 시즌 첫 골을 터트리며 대기록 수립의 발동을 걸었다. 최 감독의 '길들이기'가 효과를 본 것이다.

지난 7월 프랑스 리그로부터 복귀한 정조국은 좀처럼 감을 찾지 못했다. 최 감독은 10월 3일 수원전 이후 1개월 동안 정조국을 기용하지 않았다.'개점 휴업' 시기를 보내며 자신을 추스른 정조국은 11월4일 수원전에서 동점골을 터트리며 라이벌전 연패 사슬을 끊은 것을 시작으로 6경기에서 4골을 터트렸다. 최 감독의 '극약 처방'이 정조국을 슬럼프에서 탈출시킨 것이다.

최 감독의 다음 목표는 아시아 제패다. 그는 지난 3일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이제 시작이다. 두려움은 없다. 남들이 이루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목표에 도전하고 싶다"며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서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정민기자 goavs@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