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2집 '파트 투-우리는 없다'로 돌아온 정엽'낫싱 베러' '눈물 나' 등 펑크록·소울·알앤비…"한 곡 한 곡 다른 색으로"각종 음원차트 '올킬' 보다 듣고 한숨 쉬는 사람 많길…

정엽, '듣는음악'에 꽃을 피우다

가수 정엽이 돌아왔다. 1년 1개월 만이다. 12일 정오 정규2집 '파트 투: 우리는 없다'를 발매했다. 동명의 타이틀곡과 수록곡 등 총 5곡이 수록됐다. '낫싱 베러(Nothing Better)''눈물 나' 등 '정엽 표' 감성을 필두로 펑크록 소울 알앤비 등 다양한 장르를 담았다.

"한 곡 한 곡 각기 다른 색을 넣고 싶었다"는 정엽은 스스로를 '게으른 뮤지션'이라고 표현했다. 느린 만큼 진심은 노래 속에 꾹꾹 담겼다. 11일 서울 서초구 화이트홀에서 정엽이 2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그 현장을 다녀왔다.

정엽은 이날 앨범 전곡을 라이브로 들려줬다. 늘 함께 한 에코브릿지의 연주가 더해졌다. 형형색색의 현란한 그래픽작업이 시선을 사로잡는 요즘 뮤직비디오와 다른 행보도 정엽만의 색을 살렸다. 일러스트레이터 이경돈과 작업으로 앨범 커버아트부터 이날 최초로 공개된 뮤직비디오까지 따듯한 감성이 돋보였다.

정엽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음악은 나와 맞지 않다"며 "많은 사람이 들으면 좋겠지만 단 한 명이라도 노래 속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면 뮤지션의 행복은 다 누린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2년은 '듣는 음악 전성시대'였다. 여느 때보다 많은 신예 아이돌그룹이 데뷔했지만 일렉트로닉 장르로 점철된 가요계는 피로감을 안겼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의 코너 '나는 가수다'를 통해 대중의 마음을 읽게 됐다는 정엽. 올해가 가기 전 발매된 그의 앨범은 '힐링(Healing)이 필요한' 요즘 대중을 위한 맞춤형 선물이다.

정엽은 "대중과 호흡하는 사람이다 보니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상황을 살리는데 집중했다"며 "'웃기고 있어'라는 곡을 제외한 나머지 수록곡이 모두 내 이야기인데 그만큼 사람들도 편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비쳤다.

타이틀곡 '우리는 없다'는 특별한 클라이맥스도, 중독적인 멜로디도 없는 잔잔한 발라드다. 여기에 힘을 더한 건 스토리였다. "앞으로 서로 죽었다고 생각하자"는 말로 이별했다는 정엽의 실제 이야기는 분명 듣는 이들의 기억 한 구석을 아프게 할 터다.

정엽은 "어쩌면 많은 분들이 외면할 수도 있는 곡이라고도 생각한다"며 "몰아치는 부분도 없고 따라 부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지도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어차피 대중의 마음이란 내가 어찌 움직일 수 없는 거더라"면서 "지난 2003년부터 쭉 해왔던 나만의 방식으로 노래하고, 소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인 정엽은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이름으로 일본 진출도 앞두고 있다. "딱히 뜬 적도, 그렇다고 실패한 적도 없다"는 정엽은 그 동안 해왔던 대로 묵묵히 노래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정엽은 "아이돌그룹이 현재 K-POP의 중심에 있다"며 "그루브하고 소울 가득한 발라드가 한국이 아닌 또 다른 곳에서 인정 받을 수 있으면 기분 좋지 않겠나"고 말했다. "지금처럼 천천히 걸으며 K-POP의 다양한 장르개척을 위해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2012년의 마지막까지 '듣는 음악 전성시대'의 꽃을 피운 정엽. 지난 9월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멤버 나얼이 데뷔 후 첫 솔로 앨범을 낸 후 바통터치를 한 듯 '우리는 없다'가 대중을 찾았다. 정엽은 지금 '전 음원사이트 차트 올킬'보다 '내 노래를 듣고 한숨 쉬는 사람이 많길'을 꿈꾸고 있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