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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대신 서글픈 현실 그대로…

● 공감백배 드라마 3
더 이상 드라마 속 세상이 아니다. 현실의 옷을 입고 단단해졌다. 시청자를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던 퓨전 사극 대신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들이 공감을 얻고 있다.

정글의 법칙 '사회 축소판'

#'2013 학교'

어리바리하지만 학생들에 대한 믿음이 있는 선생님, 애써 강한 척하지만 누구보다 성적에 강박감을 느끼는 모범생,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소년들. 익숙한 캐릭터지만 진부하지 않다.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입시전쟁 등은 세월이 흘러도 청소년 드라마의 여전한 소재다. 이들을 둘러싼 현실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KBS 2TV 월화미니시리즈 '학교 2013'(극본 이현주 고정원ㆍ 연출 이민홍 이응복)는 1990년대 인기 시리즈 '학교'의 연장선이다. 시청자들이 '학교 2013'을 반기는 이유는 명료하다. 사회의 축소판인 교실의 이야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 게시판은 단순 드라마 감상이 아닌 현실에 대한 논의들로 넘쳐난다.

세월이 지난 만큼 좀더 촘촘해진 고민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다. 복잡다단한 현실을 반영한 설정들이 '학교 2013'의 미덕이다. 숱하게 그려진 이른바 '일진'들은 정형화됐다. 멋있거나 지질했다. '학교 2013'에선 '일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대입할 수 인물들을 각각 등장시켰다. "학교폭력은 옳지 않아"라고 말하기 보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 일깨워

#'보고싶다'

MBC 수목극 '보고싶다'(극본 문희정ㆍ연출 이재동 박재범)의 큰 얼개는 남녀 간의 숨바꼭질 같은 사랑이다. 그 틈을 채우는 것은 출생의 비밀이나 사랑놀음이 아니다. 성범죄를 당한 후 하루하루 끔찍한 삶을 살아가는 수연(윤은혜)의 이야기다.

초반 수연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등장하자 시청자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아역을 맡은 김소현이 미성년자인 데다가 15세이상 관람가 등급에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내 반응은 달라졌다. 당당히 살아가는 가해자에 비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수연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사건 이후 낙인을 새기고 살아가는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울렸다.

여기서 가지를 뻗어나간 '보고싶다'는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풍성하다. 성폭행 후유증으로 자살한 딸에 대한 복수를 한 미경(김미경)의 사연이 대표적이다. 미스터리를 접목시킨 전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맞물리며 진범이 누군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나아가 성범죄의 심각성과 처벌문제 등을 시청자들에게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있다. '보고싶다'가 드라마 이상의 무게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삼포세대·하우스푸어 '씁쓸'

#'청담동 앨리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온 제목이 귀엽다고 마냥 달콤한 드라마로 오해하면 안 된다. SBS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지운 김진희·연출 조수원)의 뒷맛은 씁쓸하다.

주인공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세경(문근영)이다. 높은 학점과 숱한 공모전 수상경력을 지녔지만 계약직 말단 사원으로 겨우 취직한다. 사모님 심부름이 그의 주된 업무다. 설상가상 가난한 남자친구는 현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를 떠난다.

각박한 현실은 부모 세대도 마찬가지다. 빵집을 30년 동안 운영하며 두 딸을 키웠지만 대형마트에 무너진다. 불어난 이자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이기도 하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그들의 인생에 대한 세상의 보답은 잔인한다.

"노력이 나를 만든다"는 세경의 좌우명 대로 살아간다면 이 드라마는 범작에 그친다. 캔디가 신데렐라가 되기로 마음먹으면서 '청담동 앨리스'는 빛을 발한다. 좌절과 체념으로 눈물짓는 대신 '된장녀'가 되기로 한 것. 여기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소심한 남자 승조(박시후)와 앞서 신데렐라가 된 옛 동창 윤주(소이현) 등 기존 캐릭터들을 변주시킨 인물들이 등장하며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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