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연봉 기상도

장원삼 / 연합뉴스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와 함께 진짜 겨울이 시작됐다. 따뜻한 난로에 모여든 야구 선수들의 으뜸 화두는 '연봉 협상'. 선수들은 지난 시즌 동안 열심히 지은 농사를 수확하는 계절이다.

구단과 연봉 줄다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 시즌 신바람 나는 행보를 하며 일찌감치 '억' 소리 나는 연봉을 챙긴 선수도 있고, 기대 이하의 연봉 계약서를 들고 아쉬워하는 선수도 있을 터.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 기상도를 살펴봤다.

올해 다승왕 '4억원' 도장… 강정호도 '3억'으로

▲맑음 =장원삼(삼성), 강정호(넥센), 윤희상(SK)

올 시즌 다승왕에 오른 장원삼은 '연봉 대박'을 터뜨렸다. 올 시즌 2억 2,500만원을 받은 장원삼은 77.8% 인상된 4억원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당연한 결과. 그는 올 시즌 27경기에 나가 17승6패1홀드와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해 다승왕과 함께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는 저력을 보였다.

차우찬 / 연합뉴스
넥센 유격수 강정호도 달라진 몸값을 자랑하며 흘린 땀방울을 보상 받았다. 강정호는 올 시즌 연봉 1억8,000만원에서 66.7% 오른 3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그는 올 시즌 124경기에 나가 타율 3할1푼4리와 25홈런 82타점 21도루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20홈런-20도루는 물론 타율, 장타율 부문 2위, 홈런과 출루율 부문 3위를 기록하며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SK 윤희상은 선발 투수로서 팀의 유일한 10승 투수로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단 한번의 열외도 없이 경기에 나간 그는 올해 연봉 4,500만원보다 무려 189% 오른 1억3,000만원을 받으며 단박에 억대 연봉자 대열에 합류했다.

KIA 김진우도 인간 승리의 역사를 썼다. 2007년 임의탈퇴 후 지난해 4년 만에 복귀한 김진우는 올 시즌 24경기에 나서 10승5패, 평균자책점 2.90의 성적을 올렸다. 내년은 올해보다 7,000만원이나 오른 1억1,000만원을 받는다. 주전 유격수로 공수에서 맹위를 떨친 KIA 김선빈도 종전 1억1,000에서 63.6% 인상된 1억8,000만원에 도장을 찍으며 활짝 웃었다.

차우찬·고원준, 뚝 떨어진 성적 뚝 떨어진 연봉

▲보통=김태균(한화), 전준우(롯데), 김현수(두산)

김태균 / 연합뉴스
큰 인상 폭은 없었지만 나름 만족스런 성적표를 받아 든 이들도 있다.

한화 주장 김태균이 그 주인공. 김태균은 15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연봉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는 올시즌 126경기에 나가 416타수 151안타로 3할6푼3리로 맹활약했지만, '꼴찌 팀'에 몸담은 만큼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내년 연봉은 올 시즌과 동결한 15억원이지만 2년 연속 '연봉 킹'을 유지하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롯데 전준우는 올해 연봉 1억3,000만원에서 15.4% 오른 1억5,000만원에 계약을 마쳤다. 상승 폭은 적지만 만족할 수 있는 수준. 그는 올 시즌 122경기에 나가 459타수 165안타로 2할5푼3리를 기록, 지난 시즌(3할1푼)과 비교해 저조한 성적이다.

두산 김현수도 올해보다 1,000만원 오른 3억1,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김현수는 올해 122경기에 나가 437타수 127안타로 2할9푼1리를 기록했다. 5년 연속 유지한 3할이 무너지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중심 타선 역할을 해 준 공을 인정받은 셈이다.

'큰 인상폭 없지만…' 김태균, 15억원 동결 선방

노경은 / 연합뉴스
▲흐림=차우찬(삼성), 고원준(롯데)

뚝 떨어진 성적만큼 뚝 떨어진 연봉을 받아 든 이들도 있다. 삼성 차우찬은 올 시즌 1억7,000만원에서 4,000만원 삭감된 1억3,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차우찬은 2010~11년 2년 연속 10승을 올리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올 시즌 26경기에 나서 6승7패2홀드와 평균자책점 6.02의 부진을 모습을 보였다.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빚었던 롯데 고원준(23)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연봉이 대폭 삭감되며 자존심을 구겼다. 고원준은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올해 연봉은 지난해보다 100% 인상된 1억1,000만원. 그러나 억대 연봉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했다. 올 시즌 3승7패, 평균 자책점 4.25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며 2,000만 원(18.2%) 깎인 9,000만원에 재계약했다.

오랜 무명 생활 딛고 '훨훨' 노경은·박희수

▲흐린 뒤 맑음=노경은(두산) 박희수(SK) 봉중근(LG)

오랜 무명 생활을 딛고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들이 있다. SK 박희수와 두산 노경은이 주인공. 박희수는 올 시즌 홀드왕에 오르며 단숨에 리그 최정상 불펜 투수로 우뚝 섰다. 올 시즌 7,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그는 '억대 연봉 클럽'에 들어갈 0순위다. 올 시즌 65경기에 출전해 8승1패6세이브 34홀드, 방어율 1.32을 기록하며 당당하게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10년 만에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에이스'로 우뚝 선 두산 노경은도 '대박 연봉 예정자'다. 노경은은 올 시즌 선발 18경기에 나가 10승4패와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팀내 투수 고과 1위에 올랐다. 올해 5,500만원에서 단박에 억대 연봉자가 뛸 전망이다.

LG 마무리 봉중근도 마찬가지. 봉중근은 2011년 3억8,000만원을 받았지만 지난해 시즌 초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올해 연봉이 1억5,0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하지만 올 시즌 27세이브(1패), 방어율 1.18의 성적을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대박 연봉 인상 요건'을 모두 갖췄다.



문미영기자 mymo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