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아이돌 '편견' 깨겠다"10년간 클럽서 유명세… 작곡도 공부하고 싱글 발매국내 페스티벌 평정하고 27일 미뎀 부대행사 공연

프로듀서 겸 DJ DKHT(김동규ㆍ30). 사람들에게 그의 이름은 생소하다.

그의 이름 앞에 붙은 DJ 겸 프로듀서라는 수식어의 조합도 익숙지 않다. 10년 동안 서울에서 가장 핫한 클럽에서 톱클래스 DJ로 명성을 쌓은 그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작곡 능력을 갖췄다. 밴드와 팀을 이뤄 참여한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과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프로듀서로서 그의 존재감이 한껏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DJ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싶었어요. 제 음악을 만들고 디제잉을 할 때 가장 저다운 무대가 된다는 원칙이 있어요. 독학으로 작곡을 배우고 다른 팀들과 콜라보레이션으로 감을 잃지 않으려고 하죠."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과 같은 신념은 그의 음악에 힘을 불어넣는 원동력이다. 일렉트로닉 밴드 홀로그램파티로 활약하다 최근 DJ로는 이례적으로 싱글 '돈키호테'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노래는 소신이 강하고 추진력이 좋은 그와 닮았다. 눈썰미가 좋으면 알겠지만 DKHT도 사실 돈키호테의 약자다.

"말을 타고 돌진하는 비트가 느껴질 거에요. 둔탁하고 힘차게 시작해 강렬한 사운드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남성적인 사운드인데 주변에선 저를 닮았다고들 하더군요."

10년간 디제이 박스에서 사람들을 뒤흔들던 그는 이제 더 넓은 세상을 향한다. 국내 DJ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칸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음악 박람회 미뎀 무대에 서게 됐다. DKHT는 27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미뎀 2013의 부대 행사인 '해피아워' 파티에서 전 세계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미니 공연을 펼친다.

'해피아워'는 미뎀 페스티벌 전에 열리는 VIP 대상 파티로 약 1,000여 명의 VIP들이 참석한다. DKHT는 해외 VIP들이 모인 자리에서 펼치는 이번 공연에서 K-POP의 새로운 면모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K-POP 하면 댄스아이돌을 떠올리는 해외 관계자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저를 시작으로 국내 DJ들도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극심한 침체에 빠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일렉트로닉 장르는 새로운 판로를 열어주고 있다. DJ를 앞세운 각종 페스티벌은 세계 어디서든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 이전까지 음악은 닫힌 공간에서 CD나 음원으로 혼자 소장해서 듣는 문화였다면 최근에는 열린 공간에서 함께 즐기고 소비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일부 DJ들은 가수 못지 않은 유명세를 얻기도 한다.

일렉트로닉 장르에 불모지와 다름없던 국내 시장도 작은 변화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열린 10여개의 디제잉 중심의 페스티벌이 열렸고 의외의 성황을 이뤘기 때문이다.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이제 해외 시장의 문을 처음으로 두드리는 DKHT의 행보는 이런 배경에서 주목도를 더한다.

그를 시작으로 비트를 쪼개는 데 능하고 디제잉의 기승전결을 구성하는데 탁월한 국내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이 해외 시장에서 활개칠 날이 올 거라는 예측도 나오기 시작한다.

미뎀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에는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느릿하게 입을 열 때마다 진중한 톤으로 수 차례 곱씹은 듯한 생각을 그가 이야기 할 때면 현란한 디제잉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고동치고 온몸을 뒤흔들게 만드는 그의 모습이 언뜻 겹쳐지지 않을 정도다.

"행운이라는 표현 보다 기회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제 자신을 알리고 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죠. 저 하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행운 그 이상의 무언가를 들려주고 와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걸 느끼고 있어요."

1월마다 프랑스 칸서 최대 규모 음악박람회
●미뎀이란?

1967년 시작된 미뎀(MIDEM)은 프랑스 칸에서 매년 1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 박람회다. 음악의 견본을 사고 파는 뮤직 마켓을 기반으로 컨퍼런스와 페스티벌이 열리며 지난해에는 총75개국에서 7,000명의 음악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올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한국 공동관 부스를 운영하고 공모를 거쳐 선발된 타이거JK(38)와 윤미래(31) 등이 페스티벌에 참여할 계획이다.

/사진=스카이뮤직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