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래드포드 시티, 프랑스 칼레 4부 리그의 반란

‘할리우드 영화’ 같은 스토리가 전 세계 축구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1999~2000 시즌 프랑스의 칼레가 반란을 일으키더니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에는 ‘영국판 칼레의 기적’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4부 리그 구단이 자국의 명문 클럽을 차례로 연파하고 반란을 일으킨 감동의 드라마를 들여다봤다.

▲브래드포드 시티, 총 1,200만원의 기적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4부 리그(리그2) 구단인 브래드포드 시티는 2000~01 시즌에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강등된 뒤 파산 직전까지 갔다. 이듬해 챔피언십(2부)으로 떨어지고, 리그1에서 리그2까지 추락했다. 7시즌 동안 3단계나 강등된 브래드포드 시티는 스폰서가 떨어지고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몰렸다. 하지만 구단은 2007년 극약 처방을 내렸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시즌 티켓을 내놓은 것. 138파운드(약 23만원)로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중 가장 저렴하게 시즌 티켓을 판매하며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빈곤한 재정 상태 탓에 선수들에게 충분한 연봉을 줄 수 없었다. 선수들의 전체 몸값이 7,500파운드(약 1,200만원)에 불과했다.

브래드포드 시티는 영국 축구의 성지인 웸블리 스타디움에 서는 날을 꿈꾸며 EPL의 ‘골리앗’들과 맞섰다. 올 시즌 캐피털 원 컵 준결승에서 만난 애스턴 빌라는 2007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축구 구단의 가치 순위에서 전체 25위(1억4,000만달러)에 오를 정도로 부유한 구단이다. 또 거부 랜디 러너 구단주가 여전히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팀이기도 했다. 하지만 승부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다윗’ 브래드포드 시티는 ‘골리앗’ 애스턴 빌라와의 2012~13 캐피털 원 컵 준결승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하지만 앞선 1차전에서 3-1로 승리한 브래드포드 시티는 1ㆍ2차전 합계 4-3으로 앞서 결승 진출 티켓을 따내는 기적을 연출했다. 이로써 ‘싸움 닭들’로 알려진 브래드포드 시티는 프리미어리그의 위건, 아스널, 애스턴 빌라를 차례로 물리치며 사상 첫 컵 대회 우승 트로피를 노리게 됐다.

▲프랑스 ‘조기 축구회의 기적’

4부 리그 반란의 원조는 프랑스의 칼레다. 1999~2000 시즌 프랑스 FA컵에서 칼레는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결승까지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칼레는 ‘조기 축구회’라고 불렸다. 대부분이 축구 선수가 아닌 각종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팀의 주장은 슈퍼마켓 사장이었고, 공격수는 까르푸 직원이었다. 4부 리그에서 겨우 1,000명 수용의 경기장 보유하고 있었던 칼레는 FA컵 결승에 진출하기까지 10전 전승의 기록을 거둬 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당시 2부 리그 우승팀은 릴도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칼레가 4강에서 1998~99시즌 프랑스 1부 리그 우승팀 지롱댕 보르도를 3-1로 누르고 결승전에 진출하자 팬들의 환호성은 극에 달했다. 열악한 홈 구장 시설 때문에 랑스에서 열린 준결승전에는 칼레 전 시민의 절반이 넘는 4만여 시민이 원정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결승전 상대는 FC낭트였다. 칼레는 전반 35분 선제골을 넣으며 신화를 예고했지만 후반 5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종료 직전 통한의 페널티킥을 헌납해 칼레의 기적 같은 여정은 준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칼레의 기적’이 더욱 극적이었던 이유는 마지막 페널티킥 선언이 시뮬레이션 동작에 현혹된 주심의 오심이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어서 펼쳐진 감동적인 장면이 팬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낭트의 주장인 골키퍼 미카엘 랑드루는 칼레의 주장인 수비수 레지날 베크의 손을 이끌고 본부석에 올라가 우승 컵을 함께 들어 올리는 장면을 연출한 것.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오늘은 두 팀 모두가 승자다. 낭트는 결과에서 칼레는 정신에서 이겼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출처] 세계축구를 감동시켰던 칼레의 기적|작성자 러브앤피스



김두용기자 enjoyspo@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