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다 겪은 50대 기수 시즌 2승 '경주로 활력소'

산전수전 다 겪은 50대 베테랑 기수의 활약이 경주로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경마공원 최고령기수 김귀배(52)가 지난 26일 서울경마 제8경주(국4, 1,300m)에서 5세 암말 '누볼라'와 함께 시즌 2승을 합작했다.

김 기수는 이날 경주 시작 직전에야 '누볼라'와 처음 만났다. 소위 '잘 나가는' 기수들처럼 여러 번 사전 훈련을 통해 출전마와 호흡을 맞춰보지 못했다. 하지만 토요일 출전하는 단 하나의 경주를 위해 묵묵히 출발대 앞에 섰다.

'누볼라'는 힘이 단단히 차올라 있었다. 김 기수는 출발대에서부터 요동치는 '누볼라'를 제어하느라 애를 먹었다. 경주 초반에는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 '누볼라'의 고삐를 당겨 페이스를 조절했다. 그리고 결승선 200m 앞, 김 기수는 고삐를 가볍게 풀어 '누볼라'를 놓아주면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밟았다.

단승식 30.9배, 복승식은 62.9배였다. 쌍승식은 무려 216.3배. 그를 믿어준 팬들에게 멋진 선물을 선사한 경마공원 최고령 김 기수는 "이 맛에 계속 말 타는 거지 뭐"라며 담백한 우승 소감을 전했다.

'영원한 현역' 김 기수는 하루 3회 이하의 적은 기승 기회에도 올해 벌써 2승을 수확하며 노장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로 데뷔 35년 차. 세월은 달리는 말보다 빨리 흘렀다. 뚝섬에서 과천으로 경마장의 위치가 바뀌고, 수많은 경주마와 기수들이 명멸했지만 김 기수만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김기수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4시간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20대 기수들조차 고통스러워하는 체중 감량도 30년째 현재 진행형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성실함과 지독한 자기관리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

김 기수는 "체력은 괜찮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떨어져 시야 확보가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눈, 비가 내리면 앞이 잘 안 보이는 채로 질주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어 "정년인 60세까지 큰 부상 없이 달리는 것이 목표다. 천운이 따라준다면 (그랑프리 우승도) 가능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