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L 노익장' 티무 셀라니·사쿠 코이부'43세 최고령' 티무 셀라니, 82경기 출전 26골 기록… 변함 없는 강철체력 과시'암 극복' 사쿠 코이부, 투병 이후 득점력 높아져 '인간승리' 표본 자리매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지구상에서 가장 격렬한 프로스포츠로 꼽힌다. 주먹다짐이 예사로 벌어지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여러 불문율이 정해져 있을 정도다. 190cm 100kg이 기본인 거구들이 전속력으로 몸을 부딪히는 보디 체크는 살인적이다. 20대의 팔팔한 선수들도 보디 체크로 인한 충격이 누적돼 뇌진탕으로 고전하는 경우가 빈번해, 이와 관련한 리그 차원의 대책 강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을 정도다. NHL 최고 슈퍼스타 시드니 크로스비(26ㆍ피츠버그 펭귄스)도 지난 시즌 뇌진탕으로 시즌의 70% 가량을 결장했다.

이렇게 살벌한 빙판이지만 노익장을 과시하는 베테랑은 존재한다.

핀란드 출신의 골잡이 티무 셀라니(43ㆍ애너하임 덕스)는 22번째 맞는 올 시즌에도 변함 없는 득점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셀라니의 페이스는 불가사의할 정도다. 셀라니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82경기를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모두 나섰고, 26골 4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노사 갈등으로 인해 지각 개막한 이번 시즌에도 페이스는 여전하다. 1월31일(한국시간) 현재 5경기에 출전한 셀라니는 2골 3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라이언 게츨라프, 코리 페리(이상 28), 보비 라이언(26) 등 리그 정상급 동료 공격수들이 즐비하지만 셀라니는 이들에 결코 밀리지 않고 있다. 파워 플레이(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세 상황)의 중심으로 기용되고, 많게는 한 경기에 20분 가까이 빙판을 누빈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아이스하키는 20명의 선수가 무한대로 교체되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20분 가까이 얼음판에 나선다는 것은 '에이스급'임을 의미한다.

셀라니는 '레전드'의 반열에 오른 지 오래지만 현역 생활에 대한 의지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는 1992~93 시즌 피닉스 카이요티스 유니폼을 입고 NHL에 데뷔해 76골 56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괴력을 뽐냈다. 신인 최다 골과 최다 포인트(골+어시스트) 기록으로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동계 올림픽 최다 포인트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5차례의 동계 올림픽 본선에 출전, 31경기에서 20골 17어시스트를 기록했고 1개의 은메달(2006년)과 2개의 동메달(1998, 2010년)을 목에 걸었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에서 20골 이상을 넣은 최고령 선수 기록을 세웠다.

셀라니와 마찬가지로 핀란드 출신인 사쿠 코이부(39)는 암을 극복하고 빙판에 돌아와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의지의 사나이'다.

코이부는 1995~96 시즌 몬트리올 캐내디언스에서 NHL에 데뷔했다. 셀라니 같은 '전국구 스타'는 아니지만 헌신적인 플레이로 주장에 선임되는 등 몬트리올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01년 9월 혈액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고국 핀란드로 돌아갔다. 7개월간의 투병 끝에 코이부가 2002년 4월 홈 링크인 몰슨 센터에 처음으로 나타났을 때 관중들은 무려 8분간의 기립 박수로 그들의 영웅을 환영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 화제가 됐다.

코이부는 이후 암에 걸리기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득점력을 보이며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했다. 2002~03 시즌 정규리그 82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NHL 데뷔 후 최다인 74포인트(21골 50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다음 시즌에는 68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지만 55포인트(14골 41어시스트)나 수확했다.

2009년 애너하임으로 둥지를 옮긴 코이부는 몬트리올 시절에 비해 포인트를 많이 올리지는 못했지만 부주장으로서 팀 리더 역을 수행했다.

코이부는 올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몬트리올 전성기에 못지않은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5경기에서 1골 6어시스트로 경기당 1포인트가 넘는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김정민기자 goavs@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