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위험… '줄다리기' OUT… 당시 자본주의-공산주의 맞대결 우려1912년 '비둘기·사슴 사격' 도입… 잔인성 도마 올라 일회성 이벤트로'크리켓' 최장 일주일 경기시간이 발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가 올림픽의 터줏대감'인 레슬링을 퇴출 종목으로 결정했다.

IOC는 지난 12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2020년 하계올림픽 핵심종목 25개를 선정 발표하면서 1896년 1회 올림픽부터 명맥을 유지한 유서 깊은 종목인 레슬링을 제외했다.

레슬링은 태권도, 근대 5종, 하키, 카누와 4차 투표까지 가는 경쟁을 벌이다 고배를 마셨다. 레슬링을 계기로 역대 올림픽 퇴출 종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위험 종목' 줄다리기, 대포쏘기, 싱글스틱

지금까지 사라진 올림픽 정식 종목은 모두 16개다. 한국의 인기 스포츠인 야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제외됐다. 그리고 소프트볼 역시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퇴출됐다. 이외 올림픽 초창기에는 인기 종목이었지만 위험성 때문에 사라진 종목이 다수다.

줄다리(1900~1924년)도 한때 흥미진진한 종목으로 꼽혔다. 5분 내에 상대 팀을 180㎝ 앞으로 끌어 당기면 승리하는 방식의 줄다리기는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냉전 시대를 맞으면서 줄다리기는 '위험 종목'으로 분류됐다. 동서로 나뉘어 대립하던 민감한 시기에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간 맞대결을 우려한 IOC는 결국 줄다리기를 퇴출 종목으로 결정했다.

출전 선수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 경기인 대포 쏘기도 등장했다. 대포알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큰 재산 피해를 낳았고, 결국 폐지됐다.

1904년 올림픽에서 열린 싱글스틱도 공격성 탓에 논란을 낳았다. 싱글스틱은 나무 막대기를 들고 마주 선 두 선수가 서로 상대 머리를 공격해 먼저 피가 나는 쪽이 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 비둘기, 사슴 사격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한다. 이로 인해 올림픽 행사에서 비둘기를 활용하는 장면을 손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한때 올림픽에서 비둘기는 잔인한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1912년 올림픽에서 비둘기와 사슴 사격 경기가 펼쳐졌다. 사슴 사격은 100m 거리에서 달리는 표적을 맞추는 규정으로 사냥꾼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이 종목으로 인해 수많은 비둘기와 사슴이 학살되자 잔인성이 도마 위에 올렸다. 결국 비둘기와 사슴 사격은 일회성 이벤트로 마감됐다. 그리고 1920년 올림픽 개회식에서 평화를 구현하겠다는 뜻으로 비둘기 방출이 처음으로 이뤄졌다.

▲비용, 시간, 장소가 발목 잡은 크리켓과 폴로

갖가지 구애로 자취를 감춘 종목들도 있다. 귀족 스포츠인 폴로는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성행했던 스포츠로 1936년까지 올림픽 종목에 포함됐다. 하지만 비용이 발목을 잡혔다. 말을 움직이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탓에 저변 확대라는 한계에 부딪힌 것. 결국 폴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올림픽에서 사라졌다.

크리켓도 마찬가지다. 크리켓은 시간의 구애에 고전했다. 크리켓은 한 경기의 진행 시간이 길게는 일주일까지 소요되는 터라 올림픽의 취지에 어긋나고 말았다.

이외 라크로스모터 보트 등도 같은 이유로 퇴출을 맞았다.

피겨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도 한때 하계올림픽 종목에 포함됐다. 하지만 1924년 동계올림픽이 출범하기 시작하면서 겨울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