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과 비연동 비현실적인 상금 세계 3위마권 매출액의 16% 원천 공제 세금은 4위매년 이익 잉여금 70% 특별적립금도 부담

한국 경마가 '3고'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경마연맹(IFHA)이 매년 발간하는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마는 47개 연맹회원국 가운데 경주당 평균 상금이 3위, 발매 원천세율 4위, 특별 적립금 공제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경마 수준은 아직까지 파트Ⅲ로 분류될 만큼 낙후돼 있지만 출혈이 큰 셈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경주 상금이다. 한국은 5만8,691유로로 홍콩(10만7,048유로), 아랍에미리트(10만0,886유로)에 이어 세계 3위다. 이는 일본(4만6,263유로)이나 프랑스(2만3,526유로), 미국(1만4,940유로)과 영국(1만1,917유로) 등 경마 선진국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금액이다.

한국은 전년도 상금 규모를 기준으로 이듬해 경주상금을 책정하고 있다. 매출액과 연동되지 않은 비현실적인 방식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주 상금은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의 경우 매출액과 상금을 연동하거나 경주당 상금 책정 방식을 쓰고 있다.

세금 역시 한국 경마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마권 매출액의 16%를 원천 공제해 국세와 지방세로 납부하고 있다. 한국보다 세율이 높은 나라는 터키(28%)와 모로코(20.0%), 인도(17.8%) 정도 밖에 없다. 그런데 터키와 모로코는 원래 사행 산업을 죄악시하는 이슬람 국가이고, 인도는 높은 세금과 각종 규제로 유명한 국가다.

경마 종주국인 영국은 원천세가 아예 없다. 홍콩도 경마 산업 진흥을 위해 2006년 원천세를 폐지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2~3% 내외, 일본도 10%에 그친다. 우리나라의 경마 팬들이 대부분 서민이란 점을 감안하면 고율의 경마 과세는 경제 민주화라는 시대적 화두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별 적립금도 부담이다. 한국마사회는 매년 이익 잉여금의 70%를 특별 적립금으로 내놓는다. 작년 적립금은 약 2,300억원. 이 돈은 대부분 축산발전기금으로 들어가 구제역 농가의 보상금 등으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경마 시행체의 이익금을 공제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제도인데, 그나마 일본은 50%에 그치고 있다.

결국 한국 경마는 매출에서 세금 내고, 비용으로 상금 주고, 이익에서 적립금을 빼는 구조로 돼 있다. 매출을 아무리 올려도 세 번에 걸쳐 커다란 자금누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마 전문가들은 이런 불합리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마 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카지노ㆍ토토 등 경쟁 산업이 확대 일로에 있는 가운데 경마가 자칫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마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마사회는 물론이고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관리사 노조 등 유관 단체들도 머리를 맞대고 '3고' 현상에 대처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