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사회, 세계 최초 '경주마 진화' 비밀 풀었다말 유전자 연구 논문, 학술지 'DNA리서치' 등재씨수말 현역 성적 바탕… 비과학적 개량 탈피 기간 단축 통해 농가 소득↑

말 유전자 관련 도핑 테스트. 마사회 제공
한국마사회가 세계 최초로 경주마 진화의 비밀을 풀어냈다.

한국마사회가 서울대, 부산대, 한경대 등과 공동으로 진행한 말 유전자 연구 논문 '경주마의 골격근에서 운동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분자 메카니즘의 진화층에 대한 연구'가 지난 11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전문지 DNA 리서치에 등재됐다.

이 연구는 서러브레드 씨수말의 유전체를 제주마의 것과 비교해 운동과 관련된 유전자의 역할을 밝혀내 세계 경마산업에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경주마의 개량은 씨수말의 현역 시절 경주 성적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아버지가 훌륭하면 아들도 훌륭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에 따라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까지 교배료를 받고 있는 것이 현대 경마 산업의 현주소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경주마의 능력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마사회는 이러한 경주마 유전자 연구 분야에서 선진국들을 제치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경주마의 신속한 개량으로 농가의 소득을 창출하고 경마 선진화를 달성하기 위해 2008년부터 말 개량 연구를 추진했다. 2011년에는 서울대와 공동으로 씨수말 14마리와 제주마 2마리의 말 유전체를 분석하고, 가축화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논문도 DNA 리서치에 등재됐다.

마사회 부속 말산업 연구소 이진우 차장은 "올해 정확한 유전체 선발(Genomic Selection) 툴의 개발 및 유전자 기반의 교배 프로그램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생명공학이 경마 산업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임을 예고했다.

경마는 인위 선택 진화의 가장 극단적인 예다. 경주마들은 불과 몇 백 년 만에 과거의 말들과는 전혀 다른 종으로 개량됐다. 경주마의 품종을 서러브레드(throughbred, 철저하게 개량된)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이 동물이 오로지 속도만을 위해 만들어진 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용어설명>

인위 선택=찰스 다윈은 생물이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에 의해서 서서히 진화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농업이나 축산업에선 자연 선택이 설득력을 잃는다. 인위적인 품종 개량에 의해서 종의 형질이 급속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대부분의 작물은 불과 몇 백 년 만에 급속하게 진화한 식물들이다. 이처럼 인간의 필요에 의해 진화가 가속되는 것을 '인위 선택(artificial selection)'이라고 한다.



이창호기자 chang@sphk.co.kr